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경제·외교안보 정책에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면 신속하게 바로잡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당연한 책무일 것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지난 주말 내놓은 담화는 남북관계와 대북 정책의 한계를 드러냈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은 더욱 노골화됐고, 중재자·촉진자를 자처했던 우리 정부의 입지는 점점 좁아진 게 현실이다. 담화에는 “설레발” “호들갑” “주제넘은 일” 등 막말과 조롱이 가득했다.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대해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김계관은 “일부 제재 완화와 핵시설을 바꾸는 협상은 이제 없다”고 했다.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비핵화 대화는 한낱 쇼에 불과했음이 분명해졌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대화 기조를 이어가려고 ‘평화경제’와 김정은 답방에 매달리고, 독자 제재 완화를 언급했다. 어르고 달래보려는 취지일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더 함부로 대하는 북한에 더이상 매달려선 안 될 상황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은 또다시 통계수치로 확인됐다.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와 진보 성향 싱크탱크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보고서에서다. 지난해 저소득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높아졌지만, 월 급여는 줄어들었다. 2년 동안 29% 오른 최저임금 탓에 자영업자 등 고용주들이 고용시간을 줄인 데 따른 결과다. 1분위 가구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3.6%에서 지난해 16.1%로 높아졌다. 최저임금을 올려 저소득층을 도우려던 정책이 이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한 것이다.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업종별 지급여력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 차등화 등 보완조치가 시급하다. 양극화를 해소할 가장 좋은 방법은 일자리를 늘려 임금 수준을 자연스럽게 높이는 것임은 동서고금의 사례로 충분히 입증된 터다. 파견법만 개선해도 신규 일자리 30만 개가 생긴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억지 탈(脫)원전’ 정책 탓에 원전산업 생태계는 붕괴 직전이다. 원전 인력과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원전 기업과 협력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원전 건설과 수명 연장에 나서는데 한국은 역주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보관시설(맥스터)의 추가 건설을 압도적 표차로 승인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위원들이 현장 답사를 다녀온 뒤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과학적 실증을 통해 원전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현실을 외면한 채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인정하고 돌아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유감스럽게도 정부와 청와대에서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