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세계화의 불확실성 직면한 韓 경제
中 내수시장서 홀로 설 전략 새로 짜야

박한진 < KOTRA 중국지역본부장 >
[세계의 창] 디커플링 시대에 對中 리커플링을 생각한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정치경제학을 가르치는 대니 로드릭 교수의 혜안이 놀랍다. 그는 1997년 저서 《세계화가 너무 많이 진행됐나(Has Globalization Gone Too Far?)》에서 세계화로 인해 세계 경제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출간한 《자본주의 새판짜기(The Golbalizaion Paradox)》에서는 세계화를 떠받치는 기둥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대안적 세계화’에 주목했다. 미국과 중국 간 균열, 즉 미·중 디커플링을 예견한 듯하다.

디커플링 논쟁 속에 중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세계화 흐름 속에서 경제를 키웠다. 국제적 영향력도 확대해 왔다. 탈(脫)세계화로 대변되는 디커플링은 위기처럼 다가오는 악재다.

미·중 디커플링을 두고 일각에선 내장기관이 붙은 샴쌍둥이를 분리 수술하는 격이라며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모습은 이미 여러 장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국 간 상호투자는 2016년 60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때부터 2018년까지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88% 감소했고,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로디움그룹).

반면 미국의 대중 투자는 양국 간 첨예한 갈등 구조 속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그린필드형 투자와 건설 프로젝트에 미국 자본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나이키가 중국 생산시설 확장 계획을 밝혔고, 다우는 중국 동부지역에 실리콘 공장을 세웠다.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은 중국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에 5억70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암참 차이나에 따르면 중국 진출 미국 기업의 35%가 관세 불확실성을 고려해 ‘중국 내 생산-중국 내 판매’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광둥성의 4차 산업혁명 메카 선전시는 미국과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인큐베이팅 협력 파트너를 최근 러시아로 돌렸다는 얘기가 들리는가 하면, 중국이 공급(수출)과 수요(수입) 관계를 맺는 상품과 서비스의 밸류체인은 세계적 범위에서 아시아 역내와 중국 국내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은 유튜브, 구글 검색,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차단하고 있지만 같은 기능을 하는 서비스들이 중국 내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올해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CBCD)’ 발행 계획에 주목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로 ‘디지털 위안화’라 할 수 있다. 이를 많은 국가에서 화폐로 채택한다면 중국의 기축통화 전략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은 미국과의 디커플링을 악재로 보면서도 조용히 대응책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이라는 거대 배후 시장과 공장이 있어 무역과 투자가 단기간에 급속히 증가했다.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과거 중국이 세계 장터로 가는 길목이었다면, 지금 중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터다. 빨리 턴어라운드(중국과의 재구조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중 경제교류의 과거 성과는 잊고 새롭게 리커플링(재동조화)을 해야 한다. 로드릭 교수의 주장처럼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미국도 중요하고 중국도 중요하다. 다만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내수시장 진출이 핵심이다. 그 요체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게 디커플링 시대의 대중 리커플링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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