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전 수명, 과학으로 결정해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월성 1호기 운전을 조기에 영구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월성 1호기는 운전에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다. 7000억원을 들여 원자로 등 주요 기기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약 10년 전에 2022년까지 10년 수명 연장을 승인받았다. 특이한 결점이 없는데도 수명을 연장한 기관에서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은 법적 하자 또는 기술적 문제 때문이 아닐 것이다.

필자는 40대 때 현장책임자로 월성 1호기 건설에 참여했다. 2억달러(현재가치로 약 30억달러) 규모의 국책사업이었는데, 초기 투자비를 전적으로 외국 차관에 의존해 프로젝트 성사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외국에서 빌려온 자금은 생산하는 전기 사용료를 받아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원전 운전수명이 차관 상환기간과도 관련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미국은 원전 수명을 40년으로 정했는데 우리는 30년이다. 미국은 이미 90여 기의 원전 수명을 60년으로 연장했다. 플로리다의 터키포인트 3, 4호기 등 몇 기의 원전은 20년을 추가 승인해 80년으로 연장했다.

탈(脫)원전에 앞장섰던 스웨덴과 독일의 사정은 어떨까? 탈원전 정책을 제일 먼저 시작한 스웨덴은 30여 년이 지난 현재 다시 원자력으로 복귀하고 있다. 대체에너지를 찾지 못해서다. 독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탈원전을 추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탈원전 이전의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앞선 친환경 국가였다. 전기료가 제일 저렴했고 온실가스 배출도 가장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료가 종전보다 세 배 올라 덴마크와 함께 유럽에서 전기료가 가장 비싼 국가가 됐고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하는 국가로 전락했다.

전기료 인상은 태양광·풍력발전을 늘린 결과다. 독일은 원전 1기 용량인 100만㎾에 맞먹는 태양광발전소 50기와 풍력발전소 55기를 신규 건설했다. 태양광·풍력의 발전 단가가 원자력보다 약 세 배 비싸니 전기료가 세 배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니 온실가스를 최고로 내는 석탄화력이나 가스발전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이념에 쏠린 한국 탈원전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원안위 위원 8명 중 원자력 전문가는 2명뿐이고 나머지 6명은 반핵 운동가거나 원자력 비전문가다. 이들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지난해 6월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결정한 한수원의 배임을 승인한 것은 아닐까. 만에 하나 정치권력 눈치 보기의 일환이라면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원전 운전 여부는 단순 다수결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 원자력 전문가 집단의 평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