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재인 케어 딜레마'에 빠진 보건복지부
“아픈데도 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국민 세금과 보험료가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지출은 철저히 관리해나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8월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에는 ‘문재인 케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2년이 지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문재인 케어를 잘 수행하기 위한 종합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최근 종합계획에 포함된 건강보험 지출 관리 등의 대책은 문재인 케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이 발표했던 대책조차 문재인 케어라고 부르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속사정은 있다. 재정 부담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할 방법은 없다. 환자가 받는 혜택을 늘리려면 그만큼 돈이 든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도 부담이다. 고령인구가 늘수록 의료비 지출은 많아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에도 부메랑이 됐다. 환자가 내는 진료비가 낮아지면서 일부 검사 등 진료량이 급증했다. 재정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보장성 확대를 지지하던 전문가들조차 한계가 크다고 문제 삼았다. 정치권에서도 “문재인 케어와 건강보험 정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복지부가 뒤늦게 선 긋기에 나선 배경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적 판단이 문재인 케어에 대한 신뢰만 무너뜨리고 있다. 건강보험 혜택은 문재인 케어로 포장하고 문제점은 문재인 케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늘면서다. 여성 난임시술 연령 폐지와 횟수 확대는 지난해 건강보험종합계획에 추가된 내용이다. 복지부 주장대로라면 문재인 케어가 아니지만 정부는 문재인 케어 성과로 홍보했다. 건강보험 약가 지원 대상 의약품 재분류 등 건강보험 재정 확보를 위한 지출관리 방안이 문재인 케어가 아니라고 적극 해명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복지부의 이상한 선 긋기에 문재인 케어 보장률 목표도 아리송해졌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30조6000억원을 투입해 2022년 건강보험 보장률 7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복지부가 문재인 케어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건강보험종합계획의 2022년 보장률 목표도 70%다. 이를 위해 6조4600억원을 더 투입한다. 건강보험종합계획이 문재인 케어와 별개라는 복지부 주장을 그대로 따른다면 정부가 추가 재정을 투입하면서 문재인 케어 목표가 달성 불가능한 수치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문재인 케어라고 이름 붙인 제도가 안착하도록 부작용과 부담까지 책임지는 게 정부 역할이다. 복지부가 문재인 케어 딜레마에 빠져 오락가락하는 사이 국민 신뢰만 잃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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