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윤 칼럼] 부동산 해법, 누가 뭐래도 공급 확대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18번째 부동산 대책이 지난주에 나왔다. 종전 대책들에 비하면 강도가 매우 세졌다. 15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했고,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높이기로 했다.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문제는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뿐이라는 점이다. 대출·세금·분양가 규제가 거의 전부다. 주택 공급 확대는 눈에 띄지 않는다. ‘또 공급 타령이냐’고 식상해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공급이 없다는 게 정말 문제다.

소득이 늘면 좋은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이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주택을 많이 공급해줘야 한다. 그래야 주택시장이 안정된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60년대 들어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자 박정희 정부는 1966년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을 제정해 서울 강남을 건설했다. 전두환 정부 때는 택지개발촉진법을 만들어 서울 개포와 고덕 목동 상계 중계 지역을 개발했다.

노태우 정부 때는 200만 채 공급을 밀어붙였다. 직전인 1987년 전국 주택 수는 645만 채였다. 불과 3년10개월 만에 200만 채를 다 지었다.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5개 신도시가 이때 탄생했다. 엄청난 속도전이었다. 불량레미콘 파동 등 부작용도 컸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빠르게 안정됐다. 1991년 0.5% 하락을 시작으로 1992년 5.0%, 1993년 2.9%, 1994년 0.1%, 1995년에 0.2% 떨어졌다.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노무현 정부 때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남 불패 신화를 깨겠다”고 선언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세금 정책을 ‘부동산 가격안정 대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주택 공급 확대는 뒷전으로 밀렸다. 주차장과 일조권 확보 요건이 강화되면서 2002년 22만여 채였던 다세대·다가구 주택 건설 실적이 2005년 1만5000여 채로 곤두박질쳤는데도 정부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2005년 서울 주택 공급은 5만 채에 그쳤다. 2~3년 전의 절반 이하였다. 강력한 수요억제 대책을 내놔도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세금 정책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과거 정부도 ‘세금 대책’을 썼다. 토지 양도차익의 50%를 과세했던 1967년 부동산투기억제 특별법, 양도소득세를 30%에서 50%로 올린 1978년 부동산투기억제 종합대책, 종합토지세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1985년 부동산투기억제 대책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세금은 부동산 양도차익의 일부를 정부가 가져가는 것일 뿐이다. ‘투기억제 수단’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 가격 안정에는 오히려 부정적이다. 세금이 늘어나면 가격도 오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도 집권 후반기에 공급 확대로 선회했다. 판교와 김포, 양주신도시를 늘리고 위례신도시 개발 계획을 마련했다. 파주와 검단신도시 건설도 진행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수요 억제책에 더더욱 매달리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는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주택 공급 확대 효과가 빛을 발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집값을 떨어뜨려야겠다는 결기가 대단할수록 주택 공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변 집값이 꿈틀거린다는 이유로 중단된 서울 용산과 여의도 종합개발 계획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도심 재개발과 낡은 아파트 재건축 역시 집값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강도 높은 규제를 받고 있다. 이런 곳들을 다 빼고 나니 수요와 공급이 따로 놀 수밖에 없다.

부동산과의 전쟁은 우리 사회에 좋은 유산을 남길 수 있는 기회다. 강남과 목동, 분당과 일산, 위례와 광교신도시 모두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세금 늘리기와 돈줄 죄기로는 좋은 주거환경을 만들 수 없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다중의 호응을 일시적으로 얻을 뿐이다. 이게 선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내부에 깊은 적대와 분열을 남긴다면 부동산과의 전쟁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낫다.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