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기에 빠진 中 국유기업
중국 기업들의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사상 최대로 급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우려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현재 중국의 디폴트 위기는 미·중 간 무역마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간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2017년 말부터 중국이 ‘부채와의 전쟁’을 외치며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단속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도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따르면 민간 기업 채권의 채무불이행률은 2017년 0.8%에서 2019년 11월 말 기준 4.0%로 상승했다. 이는 기업 수익의 급격한 감소와 맞물려 있다.

민간 기업의 18%가 지난 10월에 적자를 냈다. 2017년 11%에 불과했지만 계속 상승해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가와 경제 성장에는 끔찍한 소식이겠지만 채권 시장의 불안보다는 중요성이 덜하다. 민간부문의 차입자들은 중국 회사채 부채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하락이 리스크 키워

또 투자자들은 디폴트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높은 수익률을 요구해왔다. 미결제된 회사채의 90%는 올 11월까지 채무불이행률이 0.04%에 불과한 국영기업이 발행한 것이다. 국영기업의 채무불이행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채권 시장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톈진시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상품거래업체 테우그룹(톈진물산집단유한공사)은 투자자 대다수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역외 채무 재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투자자들이 최대 64%의 손실을 감수하고 원금을 탕감해주지 않는다면 테우그룹은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 시장에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국유기업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디폴트와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유기업들은 2017년과 2018년에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부동산과 건설 시장이 냉각되면서 수익률이 최근 몇 달 동안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12개월 만기 자산수익률은 불과 3.7%로, 일반 대출의 평균 은행금리(6%)를 훨씬 밑돌았고, 1년 만기 AA등급 부채의 발행 비용(3.5%)을 겨우 웃돌았다.

민간기업의 위기는 한정적

2015년과 2016년 중국의 마지막 회사채 폭락이 주는 교훈 중 하나는 대형 채권 시장이 붕괴했지만 국가부문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유기업의 부도율은 2016년 0.15%에 그쳤지만 이 정도의 부도율이면 시장 전체를 평가하는 데 안정적인 수치였다. 그리고 신용불량인 민간기업들은 채권을 발행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현재 중국 회사채 시장의 문제는 2020년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할 위험을 말해준다. 투자자들에게는 한 가닥 희망이 있긴 하다. 중국 정책금리가 더 내려갈 것 같지는 않고 중국의 전자산업부문에서 일부 개선 조짐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중국 정부는 2016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중국의 금융 상황은 더욱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너새니얼 태플린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The Real Chinese Debt Threat Is Surfacing Again’이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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