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씁쓸한 '1코노미' 확산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51%(2017년)에 달한다. 수도 스톡홀름은 60%에 이른다.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도 엇비슷하게 높다. 1인 가구 증가 현상은 중진국 이상에서 보편적이다. 대도시화, 문명 이기의 일상화 같은 기술 발달에 가족제도 변화와 자녀의 조기 독립, 심화되는 개인화 등 문화 트렌드가 겹친 결과일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의 특성이다. 앞서 진행되는 국가들을 보면 무엇보다 경제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홀로족’ ‘싱글족’과 함께 ‘혼밥’ ‘혼술’ ‘혼영’ ‘혼행(홀로 여행)’이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혼자 밥 먹고 홀로 여행 다닌다고 다 1인 가구는 아니겠지만, 그만큼 ‘나홀로 시대’에 성큼 진입한 것이다. 국내에도 29.3%인 585만 가구(2018년, 통계청)가 1인 가구다. 1990년(9%)과 비교해보면 초고속 증가세다. 미혼·비혼·이혼으로 ‘홀로’들이 급증한 현대를 두고 ‘싱글턴 소사이어티(singleton society)’라는 말도 나왔다. 한국도 그런 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단신(單身)세대’라는 일본의 나홀로 가구는 34.5%(2015년)로, 이런 데서도 약간의 시차로 한국이 뒤따라간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두고 ‘솔로 이코노미’라는 말이 나오더니 ‘1코노미’도 온라인 국어사전에 버젓이 올라 있다. ‘1인+경제’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 행위를 일컫는다.

자유는 구가하겠지만 이들의 경제력은 어떤가. 나홀로 가구의 36%가 월 200만원을 벌지 못한다. 현대의 고질인 양극화는 1인 가구의 자산과 소득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사회안전망의 출발이 가족이라는 점을 돌아보면 이들의 어려움은 그대로 사회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언필칭 복지국가 앞에 펼쳐지는 또 하나의 블랙홀이라면 과장일까.

문재인 대통령 의지에 따라 오는 19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1인 가구 종합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세제 주거 복지 등으로 당장 손봐야 할 것도 있겠지만, 중장기 안목에서 재설계해야 할 게 많을 것이다. 마치 국가가 다 해 줄 수 있는 것처럼 ‘희망고문’을 하지 않는 게 출발점이 돼야 한다. 안 그래도 ‘욜로(인생은 한 번뿐)족’이 넘쳐나면서 미래를 생각 않는 소비 행태가 박수까지 받는 시대다. 씁쓸한 1코노미의 확산은 도처에 널렸다. 선거철이 되면서 여야 정파들이 ‘나홀로족 지원’ 경쟁에 나서 1코노미 확산을 부채질할까 봐 겁난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