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가치 낮추는 사우디 '감산 고집'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 회의에서 OPEC 회원국, 러시아를 비롯한 비회원 산유국 등과 함께 내년 3월 종료되는 석유 감산 연장에 합의했다. 물론 감산 연장이 단기적으로 유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임은 틀림없다. 이번에 상장한 사우디 석유기업 아람코의 가치가 유가와 직결돼 있다고 하지만 사우디가 내년 생산량을 감축하는 게 과연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법일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원유는 대체품이 거의 없어 일정한 수요가 항상 존재하는 제품이다. 가격이 오르더라도 수요는 위축되지 않는다. 하지만 OPEC플러스 회의에서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도 감산 할당량이 적은 회원국들은 관계가 별로 없어 결국 아람코가 감산 부담을 떠안게 된다. 감산량은 이 회사 생산량 전체의 약 2.5%에 이를 전망이다.

OPEC감산, 아람코 생산에 타격

더구나 주주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수십 년간의 이 회사 현금흐름이다. 감산 연장은 장기적인 유가 지지에 효과가 없을뿐더러 이를 기회로 미국의 셰일오일 채굴이 다시 회복되면 실제로는 1년 뒤 유가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배럴당 70달러 수준을 넘어서면 아람코가 정부에 내는 로열티는 15%에서 45%로 높아져 기업에 부담이 된다.

물론 현 상황은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주기 쉽다. 유가 회복과 OPEC의 결속이 보여주는 심리효과로 기업공개(IPO)에서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약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당초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2조달러(약 2170조원)로 내다보고 주식의 5%를 판매해 1000억달러를 조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외국의 투자자는 이 회사에 정부의 간섭이 계속되는 것을 우려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샌퍼드번스타인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투자가의 평가액은 평균 1조2600억달러였다. 왕세자는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계획을 축소했다. 그는 국내와 중동 전체 지분의 1.5%만 매각해 256억달러를 거둬들였다. 이를 기준으로 아람코의 시가총액은 1조70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OPEC 합의를 근거로 원유 가격을 상승시키는 수법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들은 할인 현금흐름(장래의 현금흐름을 예측에 현재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에 근거해 판단하며 경제적 요인보다 정치적 이유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정부의 개입이 최대 리스크

아람코의 생산비용은 에너지업계에서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생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수입이 압박받는 모양새를 띤다. 그렇기에 감산은 분명 경제적인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한다.

아람코의 회사채는 독립계 석유·천연가스 기업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래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람코 주식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샌퍼드번스타인 조사에 따르면 주식 가격이 저렴한 주된 이유는 정부가 기업 운영에 개입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OPEC의 감산 연장만 고집하면 그런 우려를 조장할 뿐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로셸 토플렌스키 WSJ 칼럼니스트가 쓴 ‘OPEC and Aramco Are Too Close for Comfort’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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