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여러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부문장’ 직제를 신설해 기금운용본부를 투자·전략·리스크관리·운용지원 부문으로 나누는 조직 개편안을 다음주 이사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개편 후에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이 ‘투자’만 직접 통제하고 나머지는 각 부문장을 통해 간접 통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CIO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는 게 국민연금 측 설명이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조차 “CIO의 권한이 대폭 축소돼 ‘식물화’될 수 있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만만찮다.

국민연금이 “부문장들도 CIO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CIO 권한 축소는 사실이 아니다”고 적극 해명하면서 내부 반발이 한풀 꺾이기는 했다. 그러나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지면 투자 외적인 개입 요인이 늘어 투자효율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런 의구심이 불식되지 않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밀어붙이기 등 국민연금의 최근 행보가 전문성과 독립성 제고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3명의 상근위원을 두겠다는 지난 10월 발표 때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전문성 강화 목적이라고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상근위원을 임명하는 구조여서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저해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국민연금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예고된 기금 고갈을 방지하기 위한 수익성과 안정성 제고다. 그러자면 기금운용본부 조직 개편보다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기금운용위원회에 위원장(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당연직이 6명이나 포진하고, 나머지도 노조와 시민단체 대표로 다수 채워진 상황부터 손봐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당연직을 완전히 배제하고 전부 전문가로 바꿔 수익률을 높인 캐나다 사례와 같은 근본적인 변화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