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준공식 후 본격 가동에 들어간 신고리 3·4호기는 한국 원전 기술 위상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3세대 신형 가압경수로(APR1400)인 신고리 3·4호기는 안전성, 경제성, 편의성 등 원전 평가 주요 항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은 각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원전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신고리 3·4호기는 비(非)미국 원전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을 받았다. 내진 성능을 여섯 배 높였다. 기존 원전보다 발전 용량을 40%, 설계 수명을 50% 늘렸다. 디지털 제어설비(MMIS)를 전면 적용해 운영 편의성도 높였다.

무엇보다 신기술 적용에서 경쟁국들을 앞지른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신고리 3호기(2016년 12월)와 4호기(2019년 8월)는 상업운전을 통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한국형 원전의 경쟁 모델인 미국 AP1000과 프랑스 EPR이 시공·설계 불량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탈(脫)원전’ 정책 탓에 원전산업 생태계는 붕괴 직전이다. 원전 인력과 기술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일감절벽’에 놓인 원전 부품업체들은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도 “원전 안전 등을 고려해 에너지 전환(탈원전)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안전을 문제삼아 자국 원전을 외면하는 나라에 원전 건설을 맡길 나라가 있겠는가.

탈원전은 ‘온실가스 감축’이란 정부 정책은 물론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다. 정부는 지난 10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32%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을 내놨다. 이렇게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려면 석탄발전을 줄이고 값싸고 깨끗한 원전발전 비중을 늘리는 게 정상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벤치마킹한 유럽연합(EU)이 최근 원전을 유지하기로 방향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원전 건설과 수명 연장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원전 비중 축소를 발표했던 프랑스는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검토 중이다. 20년 넘게 원전을 중단한 영국도 원전 1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동안 원전 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늘린 미국은 이번엔 80년까지 연장했다. 선진국들의 이런 움직임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원전 이외에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역주행하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설계 수명이 도래한 원전을 폐쇄하고 7000억원을 들여 안전보강을 마친 멀쩡한 원전(월성 1호기)도 영구 정지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 여건에 맞지 않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보다 발전 단가가 높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높이겠다고 한다. 애써 키운 세계 최고 원전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태양광발전에 따른 산림 훼손 등 환경 파괴는 가속화하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탈원전이란 자기 파괴적인 이념과 집착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