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장동민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며칠 전 한의원에 온 환자는 암 수술을 받은 분이었다. 수술을 한 뒤로 피로감이 심해지고 통증과 더불어 온몸이 무기력한 증상이 지속됐다고 하는데, 진료 도중에 슬며시 불안한 속내를 털어놨다. “‘한약을 먹으면 암 덩어리가 커진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한참 망설이다 용기를 내 찾아왔다”는 것이다.

의외로 이런 말을 들은 뒤 한약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한의원을 찾는 분이 제법 있는 편이다. 그중에는 암 진단을 받고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이 내려졌는데도 혹시 재발할까 걱정돼 한의원을 피해 다닌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이런 분들에게 “집에서 먹는 보리차와 콩나물국도 한약이기 때문에 이미 매일 한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하면 깜짝 놀라기 마련이다.

[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암 환자 한약 복용
보통 이런 분들은 음식도 가려 먹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미국암협회의 제1 환자 수칙은 ‘잘 먹어라’다. 잘 먹어서 기운을 차려야 회복도 빠르고 항암치료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실제 침과 한약을 이용해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는 요법은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원래 암은 증상을 느끼기 시작하면 치료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질환이다. 그래서 암 자체보다 항암치료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한약은 이런 항암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많이 완화해주기 때문에 요새는 한약을 함께 복용하면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를 포함, 전 세계 사람 누구나 매일 몸속에서 암세포가 생성되고 있다. 그런데 왜 모두 다 암 환자가 되진 않는 걸까? 면역력 때문이다. 면역력이 강한 사람들은 암세포를 찾아 죽이는 ‘NK세포’가 더 많이 생기기 때문에 암 환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암의 재발을 막고 예방하려면 오히려 한약을 많이 먹어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라고 하겠다.

옛날에는 “암에 뭐가 좋다더라” “뭐가 낫게 한다더라” 하면서 아무것이나 함부로 먹어서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일도 많았다. 같은 암 환자라 하더라도 체질과 증상에 따라 몸에 맞는 게 각각 다른데, 그걸 무시하고 마구 복용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그런 것들을 먹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주치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