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터진 지 4개월 만에 금융감독원이 은행 배상책임을 투자 손실의 40~80%로 결정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접수된 대표적인 여섯 건에 대한 조정으로, 쌍방이 수용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금융회사의 책임비율이 통상 ‘20~50%’라는 점에서 80%는 예상을 웃돈 결정이다. 역대 최고 배상비율 기록인 70%(2013년 동양그룹 CP 사태)에서 10%포인트를 더 끌어올렸다. 은행이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책임을 감안했다는 게 분조위 설명이다.

조정 사례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다. 79세의 치매환자나,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 확률 0%’를 강조한 것은 최소한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행태다. 우리·KEB하나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일반인에게 권유하기 부적절하다고 보고 판매하지 않은 점에서도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럼에도 ‘은행이 순진무구한 투자자들을 꾀어 손실을 떠안겼다’는 식의 단순논리는 경계해야 한다. 금융상품 투자는 기본적으로 ‘투자자 자기책임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저축상품이 아닌 바에야 ‘고수익은 고위험을 동반한다’는 것은 투자의 상식이다. 이는 적지 않은 유사사태를 거치며 투자자들도 학습한 사실이며, 혹시 몰랐다면 그 역시 투자자 본인이 일정 정도 책임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금감원장이 “DLF는 갬블(도박) 같은 것”이라고 비난한 것은 감독 부실책임을 은행 책임으로 돌리려는 부적절한 시도일 수밖에 없다.

일부 투자자들은 “사기 판매”라며 반발 하고 있다. ‘사기 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가려내 ‘100% 보상’ 받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완전 판매라면 “나는 위험을 까맣게 몰랐다”고만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투자자 책임 원칙을 허무는 모럴 해저드의 확산은 더 큰 화를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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