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그제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2018’ 결과는 중·고교생 학력 저하가 점차 확산되고 만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79개국을 대상으로 3년마다 읽기·수학·과학 성취도를 평가하는 조사에서 한국은 3개 영역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교육부는 “전 분야에서 OECD 평균보다 점수가 높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학력평가에서 전통적으로 상위권을 휩쓸어 온 ‘인재 강국’으로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직전(2015년) 조사 때 4~9위로 나온 ‘읽기’가 3년 만에 6~11위로 추락한 게 특히 걱정스럽다. 읽기는 평가 참가 첫해였던 2000년에 525점으로 최고점을 낸 뒤 12년 연속 하락 중이다. 과학 순위가 9~14위에서 6~10위로 올라 체면치레를 하긴 했다. 하지만 상위권 진입이 아닌 데다 평균점수도 별로 오르지 않아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수학은 5~9위로 3년 전(6~9위)과 순위변동이 거의 없다.

경쟁국과 비교해보면 학력 저하의 심각성이 훨씬 뚜렷해진다. 중국은 수학과 과학에서 단독 1위, 읽기는 1~2위에 오르며 상위권을 휩쓸었다. 싱가포르도 수학·과학 각 2위, 읽기 1~2위로 고공비행했다. 일본 학생들도 수학과 과학에서 한국을 크게 앞질러 최상위(1~3위) 순위에 올랐다.

한국 중·고교생들의 학력 저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해 지난주에 발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도 ‘재난 수준’이다. 수학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중3은 11.8%, 고2도 9.0%에 달했다. 3년 전 미달비율인 중3 4.9%, 고2 5.3%보다 두 배 안팎 높아졌다. 국·영·수 세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비중 단순평균은 6.0%지만 ‘교육과정 기본 내용 20% 이상 이해’를 ‘충족’으로 보는 낮은 기준에 따른 것이다. 싱가포르처럼 ‘50% 이상 이해’로 기준을 잡으면 기초학력 미달비중이 26.9%까지 껑충 뛴다.

수년째 급속한 학력 저하가 나타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대책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다. 교육부는 소수만 시험을 치르는 ‘표집 조사’를 내년부터 ‘전수 조사’로 변경하는 안을 기초학력 대책이라며 지난 3월 발표했다. 하지만 중등교육 컨트롤타워를 장악한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의 탈경쟁·무시험 교육이 학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험방식 변경은 제대로 된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이마저도 전교조는 “반(反)인권적 일제고사의 부활” “학교·학생 줄세우기”라는 상투적인 주장을 앞세워 교육청 점거농성까지 감행했다. 정부 여당도 고교 무상교육 등 학부모 점수따기용 정책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중등교육의 총체적 위기는 OECD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71개국 중 65위에 그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만족도지수는 6.5로 OECD 평균 7.0에 한참 미달했다. ‘코드 교육’을 혁신으로 포장해 밀어붙인 결과가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만 ‘쉬운 수학’을 고집하는 역주행 교육으로 무슨 미래를 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