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상법·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내용과 형식 등 여러 면에서 부적절하다. 적지 않은 조항이 기업 경영에 큰 영항을 미치지만 이를 ‘경영’과 무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경영 행위’를 정한 자본시장법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과 배치될 소지가 다분하다. 기업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한 것도 지나친 국가 개입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관련 단체들이 그제 시행령 개정 철회를 요구한 것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지난 9월 입법 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공적 연기금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요구, 위법 혐의가 있는 이사 직무정지·해임 요구 등을 ‘경영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행위’로 분류했다. 누가 봐도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한 이런 행위가 경영과 무관하다는 것은 억지다.

시행령의 상위 법령인 자본시장법은 임원 선임과 해임 등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 최상위법인 헌법도 민간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를 존중하고(제119조), 국가가 민간 기업을 통제할 수 없도록(제126조) 하고 있다. 정부가 법체계를 뒤흔들면서까지 자신의 입맛대로 뜯어고칠 수 있는 시행령으로 국민연금이 민간 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길을 터 준다면 위헌·위법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기업들의 의욕을 꺾는 반(反)기업 정책이 즐비한 상황에서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법·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시행령대로라면 대주주가 투자를 결정했다가 실패하기라도 하면 배임 등의 혐의로 경영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경제 활성화’를 외치는 정부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게 뻔한 시행령 개정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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