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귀차니즘'과 환경비용
2021년부터 카페·식당에서 종이컵 못 쓰고, 배달음식 주문 때 일회용 수저 별도 구입, 장례식장 일회용 컵·식기 사용 금지, 2022년에는 플라스틱 빨대·편의점 비닐봉지 없애고 2030년엔 모든 업종 비닐봉지 전면 금지…. 정부가 최근 내놓은 ‘일회용품 줄이기 로드맵’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금도 가정의 종량제 봉투 등 분리수거 비용이 상당한데 포장·배달음식이나 테이크아웃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니 그럴 만하다. 장례식장에서는 설거지 인력까지 더 필요해 유가족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학자들은 일회용품 소비 습관을 ‘귀차니즘’(만사를 귀찮게 여기는 게 일상화된 상태)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연계하곤 한다. 쉽게 쓰고 버리는 자원낭비 요소로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의 획일적인 금지 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사회 전체의 ‘환경비용(environmental cost·환경보호를 위한 지출)’이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것보다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대체품 개발을 적극 지원해 관련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규제비용(regulation cost·규제로 인한 지출)’이 증가한다. 일회용품뿐만 아니다. 산업 전반으로 보면 규제비용이 환경비용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전기요금도 그렇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석탄 등 화력발전소들에 온실가스 배출비용을 별도로 물리는 ‘환경비용 반영안’을 추진하자 가계와 기업의 전기료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환경오염이 적은 원자력발전을 폐기하는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런 규제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 대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규제총량관리제를 도입해 2년간 316억달러(약 36조7000억원)의 규제비용을 절감했다. 같은 기간 신설·강화한 규제는 17개, 없앤 규제는 243개였다. 영국은 이 제도로 3년간 약 96억파운드(약 14조3000억원)의 비용을 줄였다.

이들 국가는 사용금지와 같은 직접 규제보다 기술친화적인 유도정책을 많이 쓴다. 이를 통해 환경비용과 규제비용을 함께 줄이고 있다. 우리도 환경 문제를 규제 일변도로 해결하려 들 게 아니라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양방향 정책으로 푸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