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내년에 줄줄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충격적인 것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주요 업종의 신용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한 대목이다. 긍정적으로 전망한 업종은 전무하다. 기업, 업종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한국 대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무디스가 신용강등 위험을 경고한 것은 지난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7월 주요 기업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계속 ‘비상벨’을 울리고 있는 것은 고용, 소비, 투자, 수출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계속 커지고 있어서다. 내수와 수출 전망이 모두 캄캄하니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고 신용 전망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3% 줄면서 4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

심각한 것은 기업 신용등급이나 전망이 줄줄이 떨어질 경우 국가신용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신용등급은 성장률과 국가부채비율 등을 감안해 결정하는데 현재로서는 모두 낙관할 수 없다. 무디스는 올 들어서만 두 차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올해는 2.0%, 내년은 2.1%로 보고 있다.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조만간 국가부채비율은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자칫하다 국가신용등급마저 떨어질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여기에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 한·일 관계 등에 진전이 없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마저 커질 경우 안보리스크까지 부각될 수도 있다. 상황이 위중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위기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