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친여 인사도 비판하는 '국민과의 대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답답해진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대통령 방송을 보고 실망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핵심 메시지를 갖고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주 전 대표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지낸 대표적 경제계 친여 인사로 꼽힌다. 현 정부 들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유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전날 문 대통령이 출연한 생방송 ‘2019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반이 지나도록 참고 보다가 중간에 채널을 돌렸다”고 혹평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전달할 메시지가 없거나 약하다”며 “이번 방송도 며칠만 지나면 문 대통령이 무엇이라고 말했는지는 거의 잊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과의 대화’를 비판한 친여 인사는 주 전 대표뿐만이 아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초청해 진행한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도떼기시장’ ‘아수라장’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는 “(대통령을) 그냥 시장에 밀어 넣은 것”이라며 “이런 기획을 대통령에게 제안한 자체부터가 잘못됐다고 본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면서도 “(대통령께) 죄송한 형식이지만 진정성을 잘 보여줬다”고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국민과의 대화를) 보는 우리도 3년 늙었다”며 매끄럽지 못한 진행을 지적했다.

범여권 인사로 꼽히는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핵심에서 벗어나고 산만해 보여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빈자리가 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인 탁 전 행정관은 전날 행사 시작 전에 한 TV 방송에 출연해 “나라면 이 행사 연출을 안 했을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민과의 대화’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일반 시청자들의 비판 글이 가득하다. ‘전파 낭비, 방송사고 수준’ ‘그냥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팬미팅’ ‘국민과의 대화가 장난이냐’는 등 제목의 글이 방송 직후부터 이날까지 실명으로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안모씨는 “사전에 (국민 패널) 신청할 때 인적사항과 질문은 왜 받았느냐”며 “문 대통령 지지자들만 모으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방송 직후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 꿰뚫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에게 ‘믿을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비쳤으리라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일반 국민, 야당, 심지어 일부 친여 인사까지 ‘메시지 없는 산만한 팬미팅회’였다고 비판하는 것에 애써 귀를 닫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