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4인 가족이 스무 포기의 배추김치를 담글 때 드는 비용은 28만6000원으로 작년(26만4000원)과 평년(24만원)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깐마늘, 고춧가루, 대파 등 양념 채소는 작황이 좋아 가격이 하락했는데 주재료인 무·배추 가격이 잦은 태풍과 가을장마의 영향으로 대폭 상승한 탓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시행한 올해 김장철 소비자 조사에서는 ‘직접 김장을 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63%로 전년 대비 2%포인트 줄었다고 한다. ‘시중에서 파는 김치를 구매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포인트 오른 19%며, 나머지는 ‘지인에게 구매하거나 얻을 계획’이라고 한다. 전국 어디에서든 클릭 몇 번이면 대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한 세상에 굳이 김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장은 경제적인 득실보다 소중한 의미가 있다. 영농기계화로 인해 농촌사회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품앗이’라는 협동 정신의 구현이 고스란히 이뤄지는 것이 김장이다. 김장은 1년에 한 번 해야 하는 중요한 작업이기에 품앗이 형태로 할 수밖에 없다. 출가한 자녀의 수가 많거나 다른 이유로 많은 양의 김장을 할 땐 거의 동네잔치를 하게 된다.

김장 문화의 아름다움은 이웃 사랑으로 나타난다. 고령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 재료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건강 악화로 거동이 불편한 처지에 놓인 농가에는 이웃에서 십시일반으로 배추김치 몇 포기씩 들고 와 월동 준비를 도와주기도 한다. 도시에서도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데 김장만 한 게 없다.

갈수록 인심이 각박해지고 있지만 ‘사랑의 김장 나누기’ 같은 행사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은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우리 농산물로 우리의 음식 김치를 담가 이웃에게 사랑을 펼치는 모습이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송남근 <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