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성장잠재력의 급속한 저하에 적잖은 우려를 표명했다. KDI는 1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내다봤다. 지난 5월 전망치(2.4%)보다 상당 폭 낮춘 것이다. 수출과 투자 부진이 제조업 부진으로 이어지고, 민간 소비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성장세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설] 급속한 성장잠재력 저하에 더 이상 눈 감아서는 안 된다
1%대 성장 전망이 속출하는 가운데 KDI가 2%대 전망을 유지한 것은 성장률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KDI의 하반기 전망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성장잠재력 부분이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민간부문의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큰 폭으로 낮아졌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민간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추락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2020년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5~2.6%로 2000년대 초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주력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저출산 고령화 등의 영향까지 겹친 탓이다. 지금 같은 하락세가 지속되면 2025년 이후에는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심각한 것은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2년 새 0.4%포인트 떨어져 하락 폭이 OECD 36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크다. 같은 기간 미국(0.14%포인트) 일본(0.03%포인트) 등 18개국의 잠재성장률은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KDI가 “규제 때문에 민간 활력에 문제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민간이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밝힌 이유다.

정부는 단기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 투입에 ‘올인’하고 있다. 또 세금을 퍼부어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단기 일자리 만들기에도 혈안이다. 하나같이 당장 ‘숫자’만 잘 포장해 넘어가겠다는 식이다. 나라의 먼 미래에는 관심이 없다.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규제와 간섭을 줄이고 노동시장 개혁을 비롯한 구조조정에 나서 민간의 활력을 되살려 내는 것이다. 그래야 잠재성장률도, 단기 경제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다. 지금 시작해도 늦었다는 소리를 들을 일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