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소통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관저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정국 현안을 논의한 데 이어 어제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다. 청와대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등 ‘3실장’도 10일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후반기 들어 소통에 방점을 두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특히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3실장’이 경제·안보 등 현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추진 과제들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한·미, 한·일 동맹이 흔들리고, ‘조국 사태’ 후유증으로 민심이 두 동강 난 상황에서 국정 기조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청와대의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노 실장이 문 정부 임기 전반부에 대해 “대한민국 틀을 바꾸는 대전환의 시기였다”고 자평(自評)한 것은 아무리 봐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일반 국민의 인식과도 괴리감이 적지 않다. “체감경제가 여전히 팍팍하다” “일자리 성과 부족이 가장 아프다” 등 경제상황 인식이 이전에 비해 신중해졌지만 정책 기조 전환에 선을 그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김 실장은 “불확실성의 파고가 몰아치고 있다”면서도 “당장 어렵다고 낡은 과거 모델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3실장’들이 강조한 것처럼 ‘성과 창출’이 가능하려면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경제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강압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지나치게 까다로운 안전·환경 규제 등 ‘친(親)노조-반(反)기업’ 정책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것을 외면하면서 ‘모델’ 탓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업무·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거꾸로 가는 경직된 고용시장은 기업 투자와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공정경제’의 이름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과 압박도 커지고 있다. 최근 검찰에 이어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 ‘근로자성(性)’을 앞세워 민간기업에 파견근로자 등의 ‘직접 고용’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실장이 강조한 혁신성장이 만개하는 ‘다이내믹 코리아’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진영 정치’로는 문 대통령도 우려한 ‘엄중한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 국민 전체의 이익과 소비자 편익을 중심에 놓고 반대세력을 설득할 용기가 있어야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한결같이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넓게 소통하고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공감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소통이 일회용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현장의 쓴소리를 새겨들어 정책으로 반영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경제 회생에 지혜를 모으는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