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11월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 1~9월 정부의 재정(관리재정,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적자는 57조원에 달했다. 경기 악화로 세금이 눈에 띄게 덜 걷힌 데다, 커진 복지 씀씀이로 세금 환급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수 감소는 경기 불황에 따른 기업 실적 저조로 법인세가 덜 걷힌 게 적잖은 요인이었다. 9월까지 정부 예상 세수는 79조3000억원이었지만 65조8000억원에 그쳤다. 3~4월, 8~9월에 집중되는 법인세 납부 특성을 감안할 때 올해 법인세수만 정부 예상보다 최대 10조원이 모자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반도체 호황만 믿고 재정 확대에 매달려온 정부의 근시안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소득세도 2조4000억원 덜 걷혔다. 복지 확대 차원에서 정부가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을 대폭 확대하면서 소득세 세수가 그에 비례해 줄어든 것이다. 두 장려금은 지난해 1조8000억원에서 올해 5조원으로 늘어났다.

9월까지 세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6년 만이다. 이 기간 세금이 5조6000억원 덜 걷힌 것과 대조적으로 정부 지출은 지난해보다 41조원가량 급증했다. 내년 이후가 더 걱정이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36조원, 올해도 31조원 늘어났지만 정부 쪽에서는 긴장감도 보이지 않는다. 재정준칙의 법제화 같은 요구도 다른 나라 얘기로 듣는다.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60조원으로 잡아놓고도 “재정은 건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보면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아찔하다. 성급히 늘려온 선심성 퍼주기를 멈추고 복지체계 전반을 대수술해야 한다. 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좀 더 집중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잠재성장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적 복지’여야 한다.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도 포퓰리즘 복지에 치중하다가는 ‘재정위기’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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