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최고의 복지는 교육"
“전국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의 1만7561개 교실이 지붕이 없는 노천 교실. 새로 지어야 할 학교는 632개 교. 세계 최빈국인 대한민국은 초등교육 의무화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6·25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1월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방한한 필립 C 제섭 무임소 대사가 작성한 보고서 일부다. 열악하기 짝이 없었던 교육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은 5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엔 제대로 된 산업시설과 일자리가 없어 미국의 원조가 없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었던 국민이 부지기수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한 달 전(1949년 12월) 선포한 ‘초등교육 의무화’가 미국의 시각에서 ‘불가능한 일’로 보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산업화는 국민의 열정을 일깨워 하나로 모은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덕분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의 교육 투자에 대한 집념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은 늦춰졌을 가능성이 높다. 집중적인 교육투자는 근대화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산업 역군으로 성장한 이들은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으로 상승해 숙명과도 같았던 가난의 굴레를 벗어던졌다. ‘최고의 복지는 교육’이라는 명제(命題)를 ‘한강의 기적’이 실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교육 없는 국가는 지속될 수 없다’는 신념으로 1949년 12월 ‘초등교육 의무화’를 선포하고 ‘교육법’도 제정했다. 예산의 약 10%를 꾸준히 교육 분야에 배정했다. 로버트 올리버 전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명예교수가 <이승만 없었다면 대한민국 없다>(2008)에서 ‘한국의 발전 토대를 마련한 교육 대통령’으로 칭송한 것은 이 때문이다.

어제 폐막한 세계 최대 인적 자원(HR) 분야 포럼인 ‘제14회 글로벌 인재포럼’에서도 ‘경제적 불평등 해소’ ‘계층 사다리 복원’의 해법으로 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됐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교육 혁신 방안도 논의됐다. 교육의 힘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대한민국이 경기 침체를 떨쳐내고 성장신화를 계속 써내려가려면 교육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의력을 높이는 인공지능(AI) 교육 등 시대 조류에 맞게 교과 과정 개편도 시급하다. ‘인적 자원이 최대 자원’인 한국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인적 자원밖에 없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