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담 키운 '2차 기후변화대응계획'

CO₂, 2030년까지 2017년보다 24% 감축 확정
기후·미세먼지 중복규제로 경제에 큰 부담
선진국은 책임 미뤄…감축기술 과신도 금물

최기련 < 아주대 에너지학과·명예교수 >
[뉴스의 맥] 탄소 감축, '미덕 과시' 경계하고 '적응 전략' 고려해야

매년 11월은 ‘에너지 절약의 달’이다. 겨울 난방철을 앞두고 각종 에너지 행사가 집중된다. 올해는 세계재생에너지총회 등 많은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정부의 탈(脫)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그리고 미세먼지 감축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 같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에 비해 24% 줄이는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이 최근 확정됐다. 2022년까지 국내 배출량 30% 감축을 위한 미세먼지 방지 대책도 발표됐다. 신재생발전 비중을 35%까지 늘리는 전력 계획 수정이 뒤따랐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여전히 양분돼 있다. 신재생발전 확대에 따른 150조원대 추가 국민 부담(아주대·국회 연구 결과)은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여기에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까지 ‘미세먼지문제 해결 국민제안’을 통해 동계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과 최대 27기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 고강도 대책을 제안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 2%도 못 넘을 상황 속에서도 배출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 같다.
[뉴스의 맥] 탄소 감축, '미덕 과시' 경계하고 '적응 전략' 고려해야

이런 규제 아래 있는 전력 등 에너지 부문은 올 3분기 12%대 매출 급감을 기록했다. 기초체력이 약해진 한국 경제에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데도 중복 소지가 큰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관련 규제들이 무작정 추진되고 있다. 민간 산업은 장기적 기후변화 대응과 단기적 미세먼지 감축 동시 추진이라는 지난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내 기업 60% 이상이 기술 부족 등으로 3년 내 미세먼지 감축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연구(산업연구원)가 있다. 이 연구는 또 2030년까지 미세먼지 30%, 온실가스 32.5% 감축을 추진했을 때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0.5%, 1.7%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배출 감소에 따른 환경 편익을 적극 고려하는 경우 경제적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는 결과도 제시하긴 했다. 그러나 비용과 편익 추정 한계 등으로 인해 이들 결과의 비교 검증은 큰 의미가 없다. 명확한 연구방법론이 정립된 탈원전 정책 효과의 검증연구(서울대)에서 전기요금 32~47%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결과가 나온 점은 참고할 만하다.

이들 연구는 관련 정책 집행 과정에 일정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민간 투자에 앞서 에너지·기후변화와 경제 정책 간 조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서두르기보다는 과학적 연구방법론 정립부터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재생 확대로 국민 부담 더 늘듯

이런 점에서 환경기후 분야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인 ‘미덕 과시(virtue signalling)’ 현상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미덕 과시는 ‘실질적으로 쓸모없는 행위를 과잉 주장하는 가운데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과시’하는 행위다. 지난 40년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유엔 등 국제기구 행태의 한계가 대표적인 미덕 과시 사례이지 않은가.

요즘 국제사회는 ‘기후 위기’ 해결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 대기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제한하는 2015년 파리협정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는 상승폭을 1.5도로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1.2도 정도 올라간 만큼 상승폭 1.5도는 지구문명체계 유지의 마지노선이란 주장이다. 말보다 행동을 촉구하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도 지난 9월 열렸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 노력이 성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파리협정에 의거 각국 정부가 제출한 온실가스감축계획 집적 결과로는 ‘상승폭 2도 이내’ 억제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현행 대응체제로는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선진국에 감축의무가 부과된 1997년 교토협약 체결 이후 20년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속도는 체결 전 20년에 비해 더 빨라졌다.

이에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되, 피치 못할 경우 탄소를 흡수·상쇄하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 정책 도입이 새롭게 검토되고 있다. 물론 그 최종 목표는 탄소 배출량 ‘제로(0)’다. 불행히도 이런 노력 역시 상승폭 1.5도 제한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기술·경제적 분석 결과가 많다. 주요 탄소중립 사업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전기차 완전 대체’도 수명주기분석에 따르면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우주 태양열차단장치, 이산화탄소 흡수·저장을 위한 바이오시스템 등 거대지구공학(geoengineering) 체계 도입이 한때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안정성과 경제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이는 파리협정 효과에 낙담한 환경우선론자들의 다급한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이러니 미래 기후변화 전략의 주요 과제는 ‘지구공학 적정통제’다.

결국 기후변화의 완전한 통제 방법은 아직 없다. 그리고 감축 위주 기후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지구온난화 물질의 축적이 끝없는 대기온도 상승을 유발한다는 논리도 의심스럽다. 지구 역사에는 추운 간빙기(間氷期)가 정례적으로 왔다. 조만간 또 온다는 의견도 많다.

감축 위주 기후대책 실효성 '의문'

따라서 차선의 선택으로 기후변화 위험을 일부 수용하는 적응(適應)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불확실한 기술 혁신을 통한 감축 전략을 대신해 사회 신뢰 제고 등으로 삶의 질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에너지자립 지역공동체’ 건설, ‘도심 바람통로’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로 기후변화 방지가 가능하다는 관념도 수정해야 한다. 기술 개발 위주에서 벗어나 더 많은 경제·사회공동체의 가치관 반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서두르지 말고 또 다른 차선책을 기다려야 한다. 인류의 지적 해결 능력을 믿어야 한다.

공정과 정의를 국정이념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평가하기엔 이르다. 기후·에너지·환경 정책 연계구조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장 기초적인 개별 정책 수단의 수명 기간 비용과 편익 산정마저 미흡하다. 그런데도 지난 2년여 동안 수많은 정책을 양산했다. 탈원전 정책을 시작으로 신재생 확대, 미세먼지 감축과 탈석탄화력, 급기야 전기차와 수소경제에까지 이르고 있다. 현 정부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기후 정의(正義)’라는 미덕 과시를 위한 것 같다. 현실에서 이런 시도는 매몰비용 확대와 새로운 기회비용을 유발한다. 모두가 국민 부담이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야

특히 국경과 시간 개념을 초월한 환류 체계와 지연 효과라는 한계를 간과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그 대표적 사례다. 결국 정책 효과 계량과 이에 따른 업적 과시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지구 환경계(界)를 공유하는 에너지·환경·기후변화 문제의 상호 연계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원론적 접근을 해야 한다. 비교적 오래 고민해온 에너지 문제 해결 논리를 더 넓은 영역인 환경 문제와 가장 넓은 기후변화 문제에 원용하는 기초적 정책 논리 개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환경 재해 부담을 둘러싼 갈등 해결과 ‘행동우선 이념’에 매몰된 기후변화 문제의 실질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물론 서두르면 안 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채무가 큰 선진국부터 대응 책임을 미루고 있다. 미국은 4일(현지시간) 파리기후협약 공식 탈퇴 통보를 유엔에 전달했다. 역사적 책무가 적은 우리는 과학적 해결 방법론이 규명되기까지는 천천히 가는 것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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