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 양성에 핵심 역할을 해야 할 국내 이공계 대학원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이공계 석·박사과정 전일제 대학원생 13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육·연구, 업무·처우, 진로·취업 등 전 부문에서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의 3분의 2가 다시 입학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유학, 취업, 다른 대학원을 택하겠다고 답한 것은 충격적이다.

이공계 대학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소재·부품·장비 연구인력은 물론이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연구인력의 산실이다. 대학과 기업을 이어주는 산학협력의 거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수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많은 시간을 연구실 행정에 빼앗기고 있다는 응답이 49%에 달했다. 전일제 학생들이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기에는 월급도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 및 취업 지원에서도 대학원은 사각지대로 방치된 상태다. 굳이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할 이유가 있느냐는 학생이 늘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공계 대학원 부실은 인재의 해외 유출로도 이어진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유학을 선택하겠다는 대학원생이 적지 않다는 게 이를 말해준다. 병역특례 혜택마저 축소돼 국내 대학원을 가느니 차라리 병역의무를 빨리 마치고 해외로 나가겠다는 학생도 속출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이공계 대학원을 통한 우수 연구인력 공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인적 자본은 한국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한 핵심 동력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질적으로 더 우수한 인적 자본이 요구된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들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조사를 바탕으로 이공계 대학원을 바로 세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