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세계로 뻗는 '새마을 정신'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 어제 새마을연수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식량자급을 위해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전수해 달라”는 아프리카 최대 기업 단코테그룹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올해 초 아프리카 토고에서는 대통령과 정부 고위 인사, 주요 부족장들이 “새마을운동과 영농기술을 가르쳐 줘서 감사하다”며 한국 대표단을 국가원수급으로 환대했다.

온두라스 등 중남미에서도 “잘사는 비결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필리핀의 엔더런대학에는 ‘새마을 경제개발학과’가 개설됐다.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잠비아 대학에도 새마을학과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새마을운동의 해외 진출이 부쩍 늘었다. 지난달까지 새마을운동이 보급된 나라는 90개국이 넘는다. 새마을운동중앙회가 각국에서 선발하는 ‘지구촌 새마을 협력관’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2011년 영남대가 개설한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학생은 62개국 529명에 이른다. 국내 초청연수에 참여한 외국인은 91개국 6200명을 넘었다. 이들은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하며 ‘새마을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그중에는 총리와 장관이 된 사람도 있다.

이들이 새마을운동에 매료된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중시하는 ‘새마을 정신’ 덕분이다. 선진국들의 수많은 원조와 개발사업이 일방적인 것과 달리 ‘근면·자조·협동’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 모델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새마을운동을 펼칠 때부터 강조했던 것이 자율과 협업이었다.

새마을운동은 한때 ‘적폐사업’으로 예산 삭감 등의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의 호평을 듣고 “전 정부 사업도 성과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해 되살아났다. 문 대통령은 그제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오늘의 대한민국 밑바탕에는 새마을운동이 있다”고 강조했다.

새마을운동 로고의 초록색 싹 세 개는 근면·자조·협동, 이를 감싸는 노란색 원은 황금을 상징한다. 깃발의 초록 바탕은 넓고 기름진 평야를 의미한다. 전쟁과 가난 속에서 개발한 한국형 ‘빈곤 탈출 모델’로 전 세계의 평야가 비옥해지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푸르러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