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 거짓말 심리
최근 ‘가짜 뉴스’ 규제 여부로 정치권이 뜨겁다. 한편에서는 가짜 뉴스의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언론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곳만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편에서는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며 거세게 반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같은 기존 언론을 가짜 뉴스의 생산자라고 비난하면서 세계적으로 가짜 뉴스 자체가 뉴스의 중심이 됐다. 2016년 옥스퍼드사전이 그해의 단어로 ‘post-truth(탈진실)’를 선정하기도 했을 정도로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짜 뉴스의 특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하면서 거짓말이 포장돼 급속도로 퍼지고, 스노볼(snowball) 현상에 힘입어 더 확대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얘기한 “처음 진실에서 약간 벗어난 것이 나중엔 몇천 배로 늘어난다”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무엇이 진짜이고 거짓인지 판별이 쉽지 않다 보니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이런 혼란 속에 거짓이 거짓을 낳으면서 점점 더 불안정한 사회가 돼 가고 있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거짓말을 하게 됐다. 거짓말의 역사는 언어의 출현과 일치한다.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힘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고 상황을 조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문명화된 행동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한 예로 정치가나 권력자의 거짓말이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하는 거짓말에 국민은 속게 되고, 그 결과는 심각할 수 있다.

부정직함이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속인다거나 부정한 행위를 하면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심리적 불편함은 신경학적으로 측정되는 정서적 각성을 일으킨다. 이런 정서적 각성이 인간으로 하여금 부정행위를 방지하게 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의학적으로 이런 각성을 차단할 경우 부정직성이 더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교감신경 차단제를 복용한 경우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이렇게 정서적 반응이 약화되면 사람들은 부도덕한 행위에 둔감해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느낄 당시의 뇌를 촬영한 결과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편도체 활성화는 처음에는 강하게 일어나지만 반복되면 그 정도가 감소한다. 즉 부정직함에 따른 편도체 반응이 부정직함이 반복될수록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 부정직함의 상승과 편도체 활성화 정도의 감소는, 특히 그 부정직성이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고양적일 때 나타났다. ‘자기 고양적 거짓말(self-serving lies)’은 이기적인 거짓말을 말한다. 자신을 좀 더 그럴듯하게 포장해 주는, 때로는 자신에게 득이 되는 거짓말이다. 이런 자기 고양적 거짓말이나 속임수를 반복하면 뇌의 편도체 활성화 정도가 점차 감소한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가 “자신에 대해 거짓말을 할 때 목소리가 가장 크다”고 한 것과 의미가 일치한다.

그래서 도덕적 규범으로부터의 작은 일탈로 시작된 것은 더 큰 일탈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단순히 부정직함의 반복이 그 부정직함의 상승작용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위한 부정직함이 이후 더 큰 부정직함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부정직한 행동은 작은 위반 행위가 발단이 된다. 처음에는 아주 작게 시작되지만 한번 일어난 위반은 점점 커져 범죄행위로까지 발전한다. 금전적 사기부터 표절, 직권 남용까지, 초반의 정직하지 못한 의사결정이 이후 눈덩이처럼 커져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는 이런 ‘부정직의 가속(dishonestly escalation)’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어쩌면 그런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가 돼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