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대신 국가통치 체제 내세워
시진핑 1인 통치 강화하는 중국
40년 개혁·개방 성과 훼손할 것"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
[분석과 시각] 中 4중전회, 市場이 사라졌다

중국공산당 제19기 제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4중전회)가 28~31일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5년마다 새로 구성되는 중앙위원회는 2017년 가을 제19기가 출범했다. 이전 관례에 따르면 2018년 가을에 열렸어야 할 3중전회는 2월로 앞당겼었다. 시진핑의 국가주석직 두 번째 임기 시작이 3월인 점을 감안해 취임 이전에 헌법의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서였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이번 4중전회는 임기 제한을 철폐한 후 처음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을 깔 것인지, 아니면 후계 구도를 드러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중국의 향배와 관련해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국가 운영 방향을 조율하고 확정할 4중전회의 의제와 내용이다.

지난 8월에 있었던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미리 결정한 4중전회의 기본 의제는 ‘중앙정치국의 업무 보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제도 견지와 완성에 대한 연구’, ‘국가 통치 체계 및 능력의 현대화 추진을 위한 주요 문제’ 세 가지다. 새로울 것이 없는 수사(修辭)의 반복 같지만, ‘시장’에 관한 내용이 빠졌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장쩌민 시대였던 1993년 헌법 개정을 통해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확정했다. 시진핑 집권 1기의 국가 운영 방침을 천명했던 2013년 11월 제18기 3중전회에서는 ‘시장’이 중국 경제에서 ‘결정적 작용’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 집권 2기를 앞둔 2017년 가을까지도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개혁노선을 전면적으로 심화할 것을 주문했다. 2018년 들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한 후, 중국은 언론 및 인터넷 등에 대한 사회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시장’ 대신 ‘시진핑 사상’을 강조했다. 급기야 시진핑 집권 2기의 정책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이번 4중전회의 핵심 의제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국가통치 체제’를 내세웠다. 중국지도부의 국가 운영 방침이 시장지향의 개혁으로부터 중국식 사회주의 및 시진핑 중심의 권위주의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가의 ‘통치 체제 및 능력’을 현대화한다는 것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사회통제와 국가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시장의 효율성보다는 시진핑 주석 개인에 집중된 이념 지향의 정치권력으로 중국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기로에 서있다. 경제성장 둔화, 홍콩 사태, 미국과의 무역 갈등은 당면 과제다. 국가의 역할은 빈부격차, 독점, 환경오염 등의 외부성, 거시경제 악화와 같이 ‘시장’이 스스로 해소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시장경제 역사의 교훈이다. 국가의 과도한 개입에 의한 중국 기업의 경영 및 지배구조 불투명성은 중국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홍콩 사태 역시 중국이 국가 권력으로 홍콩 사회를 통제하려는 욕심에서 기인한다. 미·중 갈등은 무역과 기업 환경에 대한 중국의 국가주의적 관리 방식에 대한 미국의 의심에서 시작됐다. 관건은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시장과 국가권력의 조화를 통해 보편 가치와 법치에 기반을 둔 현대 국가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가다.

‘최상의 도리는 물과 같이 자연스러운 것(上善若水)’이라는 노자의 깨달음은 ‘시장’과 ‘국가권력’의 균형을 잃어가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에 꼭 필요한 지혜다. 지난 40년 동안 개혁개방 과정을 통해 중국이 발전시켰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핵심어는 뒤에 있는 ‘시장경제’다. 4중전회 의제가 국가주의와 혼합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머물러 한줌의 권력자에 집중된 권력 강화에 주력한다면, 중국은 14억 인구의 잠재력과 지난 40년 동안 거둔 개혁개방의 성과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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