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선전이 홍콩을 대체한다고?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가 4개월째 이어지면서 홍콩에서 돈과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30억~40억달러(약 3조5000억~4조7000억원)가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탈한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3분기 홍콩 헤지펀드에선 10억달러가 유출됐다.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어지던 2009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6월 반중(反中)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인의 해외 이주 문의는 이전보다 1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시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이민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8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360만 명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0% 줄었다.

홍콩 대신 선전 키우겠다지만

홍콩의 미래가 불안해지자 중국 정부와 공산당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단순히 시위 탓만은 아니다. 홍콩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홍콩은 글로벌 기업과 자금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데 관문 역할을 한다. 지난해 중국 본토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65%가 홍콩을 통해 이뤄졌다. 홍콩은 해외로 나가려는 중국 기업을 지원하는 교두보로도 활용된다. 중국 해외 투자의 70%가 홍콩을 거쳐 집행된다. 전체 중국 기업 기업공개(IPO)의 절반 이상도 홍콩에서 이뤄진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중국 정부는 홍콩을 대신할 도시 키우기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곳이 홍콩과 마주한 광둥성 선전이다. 선전은 1980년 8월 덩샤오핑에 의해 중국에서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이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중국 첨단 제조업과 정보기술(IT)산업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선전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3663억달러로 홍콩(3603억달러)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금융기능 강화를 핵심으로 한 선전 발전 계획을 내놨다. 2025년까지 선전을 경제력과 질적 발전 면에서 크게 육성하고 2035년엔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세계를 이끄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마디로 선전을 홍콩을 대체할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선전이 갖춘 하드웨어 측면만 보면 이 같은 계획이 완전히 허황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소프트웨어를 고려하면 이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법치·자유 보장 안 되면 '어불성설'

우선 투자자들과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치주의 문제가 지적된다. 영국 경제분석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윌리엄스는 “홍콩의 법규를 본떠 선전에 복제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 정부가 이 법규를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통제할 수 있는 곳에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가 조성될 순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인 자유롭고 투명한 정보 흐름이 선전에선 보장되지 않는 것도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중국은 공산당과 정부에 불리한 정보를 막고 비판적인 여론을 부추기는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해외에선 이를 중국의 만리장성에 빗대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고 부른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기업인과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가 아무리 많은 자금과 지원을 쏟아부어도 법치와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한 중국의 어느 도시도 홍콩을 대신할 순 없다고 입을 모았다.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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