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사 이탈로 커진 효용성 논란
탈세에 통화정책 무력화도 우려돼
새 화폐보다 기존 서비스 개선 필요"

배리 아이컨그린 < 美 UC버클리 교수 >
[해외논단] 페이스북 '리브라' 득보다 실 클 것

페이스북이 추진 중인 가상화폐 ‘리브라’ 출범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최근 페이팔,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이베이, 메르카도 파고 등 지급·결제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사업 파트너 명단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리브라의 잠재적인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리브라가 이용자에게 높은 익명성을 보장할 경우 리브라는 탈세, 돈세탁, 테러 자금 융통 등의 플랫폼으로 쓰일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부족할 경우 페이스북 등이 이용자들의 사적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문제가 될 것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저변동성 자산 포트폴리오에 연동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라면 누구든 ‘저변동성’이 자산 자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시장의 믿음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것이다. 만에 하나 금리가 갑자기 올라 리브라가 연동된 자산 가격이 폭락이라도 하게 되면 페이스북의 포트폴리오 가치가 이미 유통 중인 리브라 가치를 밑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리브라에 대한 신용을 잃은 이용자들이 리브라를 대거 매도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리브라의 경우 보통 화폐와는 달리 중앙은행 등 ‘최후의 대부자’ 역할을 하는 기관이 없어 이 같은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질 수도 있다.

리브라는 통화 정책과 규제의 시장 안정 기능을 해칠 수도 있다. 만약 어느 나라의 국민이 자국 화폐 대신 다른 화폐를 더 많이 쓰게 된다면 금리를 설정해 시장을 조율하는 중앙은행의 기능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정부가 자본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쓰는 각종 규제도 영향력이 줄어든다. 국가 경제의 약점이 세계 금융시장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얘기다. 이는 향후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리브라가 출범하기 위해선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도입할 때의 사회적 효용이 크기 때문에 당국이 승인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브라가 국경 간 거래 비용을 낮추고,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그 근거다.

그러나 이런 효용은 리브라 없이도 키울 수 있다. 국경 간 거래 비용은 이미 하락세다. 세계 각국 은행이 실시간 자금 송금을 위해 쓰는 가상화폐 리플이 그런 예다. 블록체인(분산형 장부기술)을 활용해 은행 간 자금 이체 비용을 줄였다. 리플은 기존 상업은행과 협력하기 때문에 각종 규제도 적용받는다. 리브라처럼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대형 은행들이 기존에 쓰고 있는 다국적 송금체계 스위프트(SWIFT)망도 변화를 준비 중이다. 스위프트 글로벌결제혁신(GPI) 인스턴트 서비스를 통해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계획대로 2023~2024년께 24시간 실시간 결제 시스템을 내놓는다면 이런 국경 간 결제망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각국 금융서비스 문턱을 낮추는 작업도 이미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 모바일서비스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 ‘엠페사(M-Pesa)’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출금과 송금, 결제, 소액대출, 보험가입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당초 인프라나 신용 문제로 은행에 가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케냐에서 나왔으나 이제는 사용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알바니아까지 크게 늘었다.

일각에선 리브라가 출범하면 기존 서비스와 경쟁을 하게 돼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낙관이다. 실제로는 규제 내용 등을 놓고 온갖 갑론을박이 나오고, 기존 업체들은 로비에 열을 올릴 것이다. 기존 시장의 문제점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시장과 감독 당국이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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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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