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새 서울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일제히 문을 닫은 지역들이 있다. 앞서 ‘10·1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을 때 정부가 ‘국토교통부·서울시 등의 합동단속’을 예고하면서 비롯됐다. 정부는 ‘현장점검’이라고 하지만, 중개업계는 ‘억지 단속’으로 받아들이며 사무실 문을 닫아버리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집값은 오르는데 대책이 먹히지 않거나 심지어 엉뚱한 대책으로 헛발질이 될 때 정부가 은근히 기대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현장 단속이다. 단속반이 중개업소로 불쑥 들어가 몇 시간씩 사무실을 뒤지는 것도 예사여서 업계 불만이 적지 않다.

그러다 명백한 불법거리를 찾지 못하면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겁을 주거나 과태료를 부과해 중개업계는 손해를 감내하며 집단 휴업을 불사하는 것이다. 낡은 ‘완장행정’에 집착하는 당국의 의도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공급확대 방안은 외면한 채 수요를 억누르며 집값을 억지로 잡으려드니 정책 수단이 마땅찮다. 그렇다고 분양가 상한제나 원가 공개 같은 방안을 쓰자니 과도한 시장 개입에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을 자초해 주저하게 된다. 결국 ‘완장’으로 시위효과를 내며 거래 자체를 억제해 일시적으로라도 가격 상승을 저지해 보겠다는 것이다. 툭하면 국세청 조사권까지 동원하는 것도 본질은 같다.

이제 구태 완장행정은 떨칠 때도 됐다. 검찰의 최대 적폐 중 하나인 별건수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꼬투리잡기 단속은 법과 정부의 정당한 행정권에까지 불신과 냉소만 덧보탤 뿐이다. 거창하게 “집값올리기 짬짜미를 적발하겠다”며 남의 생업현장을 덮쳐서 기껏 서류 미비나 따지고 과태료 부과로 윽박지르는 게 언필칭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행정인가. 그렇게 해서 과연 어떤 탈세 증거가 잡힐 것이며, 오르는 집값은 꺾일까. ‘1970, 80년대 행정’이라는 냉소를 넘어 “정부 행태가 뒷골목 잡배들보다 못 하다”는 비판을 들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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