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남북 예선전은 북한체제의 실체와 우리 정부 대북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무관중·무중계’로 경기를 치른 것도 모자라 인권까지 침해당했다. 식자재까지 빼앗기며 입국 수속에만 3시간 가까이 걸렸다. 평양에선 경기장과 호텔에 감금당하다시피 했다. 경기는 욕설과 폭행이 난무해 전쟁을 방불케 했다. 손흥민 선수가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했을 정도다.

북한은 스포츠에까지 정치를 개입시켜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행패를 부렸다. 더 기막힌 것은 북한을 옹호하기에 급급한 정부의 태도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무관중 경기에 대해 “남측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공정성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했다. 아무리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해도 국제적으로도 비판받는 북한 편을 드는 발언을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 교류에 그토록 공을 들인 결과가 이렇다. 툭하면 미사일을 쏘아대도 항의 한 번 않고,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 대가리’ 등 극언을 퍼부어도 침묵하니 북한이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북한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공동조사와 방역 요청도 묵살했다. 정부는 이런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지 못해 안달이다. 국제대회를 치를 자격도 없는 북한에 공동올림픽 개최를 제안하고 있다.

북한이 어떤 짓을 해도 옹호하고 대변하기 바쁜 통일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통일부인지 묻고 싶다. 우리 선수들이 당한 인권 침해와 무관중·무중계 경기사태를 “아쉽고 안타깝다”는 정도의 말로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한에 정식으로 사과를 요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히 조치해야 한다. 남북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보겠다며 북한 눈치나 보면서 저자세로 일관한다면 북한의 오판을 부추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