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이례적으로 경제장관들을 긴급히 불러 회의를 주재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뉴욕 출장 중이어서 서두른 회의였다는 인상을 준다.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문 대통령이 낙관론을 접고 위기 대응에 적합한 경제정책을 주도할까’일 것이다. 한국은행이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렸고, 국제통화기금(IMF)은 불과 6개월 만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6%포인트나 내려 가뜩이나 팽배해 있는 위기 분위기를 ‘공인(公認)’한 상황이 됐다. 투자와 소비, 생산과 고용 등 통계 수치만 봐도 비상한 대응을 해야 할 시기가 확실하다.

하지만 ‘재정지출 확대’를 강조한 대통령 발언 등을 보면 당장 크게 의미 있는 정책 전환 기류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행사가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우리 경제의 실상을 대통령이 정확히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장관들과의 회의를 넘어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업·경제계와의 대토론회를 열어보면 어떤가. ‘청와대 끝장 토론’이라면 더욱 좋다. 투자 확대와 ‘혁신성장’으로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방안 등을 놓고 기업인들과 대통령이 속 깊은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가려질 것이다. 현안인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문제 등 근로 형태, 고용 방식과 노사관계 선진화, 규제입법 개선 등에 걸쳐 정부와 산업계 간에 장기간 겉돌아 온 과제가 적지 않다. 국회에 다 맡길 일이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했던 대통령의 덕담과 기업 응원을 돌아보면 자유토론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장관들 어깨가 무거워졌다. 무엇을 해야 투자가 살아나고 고용이 늘어날지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실행방안까지 내놔야 한다.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기업투자 격려·지원, 규제혁신 속도내기’도 실행 각론 수립은 각 부처 몫이다.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장관들은 용기를 내고 강한 책무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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