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석달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돈 값’인 금리가 역대 최저인 연 1.25%로 낮아진 것은 우리 경제의 활력 상실을 보여주는 지표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6개월 만에 2.6%에서 2.0%로 내린 상황에서 금통위의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주목해야 할 것은 통화정책에 대한 한국은행의 입장변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정책의 여력이 남아 있다” “금리 인하 외의 정책수단도 연구 중”이라고 언급했다. ‘0%대 기준금리’와 양적완화 같은 적극적인 통화정책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는다”던 한은의 돌변은 그만큼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와 지표 부진이 심각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경제전반의 구조개혁이 절실하다”고 누차 강조해 온 한은의 태도 변화는 그 자체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 세계 각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달려가는 상황을 한은만 외면할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화폐유통속도’와 ‘통화승수’가 역대 최저로 추락한 상황에서 통화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0.5%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확대돼 자금유출 우려가 커지고, 부동산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금리인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극대화하려면 경제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민간경제의 활력 약화를 재정으로 보완하겠다”고 덤비고 있지만 대증요법일 뿐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 재정확대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의 실패가 잘 보여주고 있다. 자발적 투자와 소비를 유도하려면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해소가 필수적이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세계 경제 붕괴’를 경고하며 ‘구조 개혁’을 촉구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꼴찌’ 수준으로 추락한 노동시장 개혁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