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총장’이란 별명이 생길 정도로 경찰 실세로 꼽혀온 윤규근 총경이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지난 주말 구속된 일은 꽤나 충격적이다. 법원은 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직권남용, 증거인멸 교사 등의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을 결정했다. 경찰이 3월부터 두 달 동안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한 뒤 “비호나 유착은 없었다”고 발표한 것과 정반대 결론이다. 당시 경찰은 윤 총경이 대가 없이 ‘지인 부탁’을 들어준 것에 불과하다고 해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윤 총경 구속은 경찰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이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제 식구 감싸기’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윤 총경이 문재인 정부 실세인 조국 법무부 장관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동료였다는 점에서 ‘권력 눈치보기’라는 의구심도 증폭된다. 매크로를 활용한 여론 조작으로 나라를 뒤흔들었던 ‘드루킹 사건’에 이어 경찰의 권력 눈치보기는 고질병이 된 모습이다.

시류에 민감한 경찰의 행태는 국민이 모멸감을 느낄 정도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민노총에 얻어맞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는 여당 의원이 ‘조국 사퇴 집회’ 주동자들에 대한 내란선동죄 고발장을 경찰청장에게 직접 내는 장면도 연출됐다. 일선 경찰서에 제출하면 될 일을 경찰 수장이 직접 고개숙여 받은 대목은 경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일련의 일들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걱정을 증폭시킨다.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사법개혁안은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 경찰이기를 포기하는 행태가 지속된다면 사법개혁은 ‘권력의 충견’을 하나 더 만들어내는 개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