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워킹맘을 응원해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발을 동동거리며 뛰어다니는 워킹맘들. 집에서 애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을 옆 사람에게 미룰 수 없는 것처럼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가사를 남편에게 많이 맡길 수도 없다. 나만 힘든 것은 아니라는 걸 떠올리며 위안으로 삼는다.

피곤하지만 보람있는 워킹맘의 일상을 소재로 한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가 문득 생각난다. 주인공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치열하게 뛰어다니는 펀드매니저다. 산더미 같은 일정 속에서도 회사일과 집안일을 완벽하게 소화하고자 뛰고 또 뛴다. 그것도 폼나게 하이힐을 신고서 뛴다. 하이힐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위한 여자들의 필수 아이템이기에 뛰기 힘들어도 벗어 던질 수 없는 애물단지다.

가끔씩, 아니 꽤나 자주 ‘직장인과 엄마라는 각각의 자리에서 부족함이 있지 않나’란 생각에 힘들어 하고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는 워킹맘들. 등산할 때 가야 할 앞을 바라보면 길이 멀고 험하지만 뒤돌아 바라보면 이렇게 많이 올라왔구나라는 뿌듯함에 앞길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앞으로 회사에서의 경쟁력은 업무시간이 아니라 업무 집중도와 업무 성과이기에 회사에서는 회사일에 집중하고 집에서는 집안일에 집중하는 빠른 전환능력을 가지면 된다.

여성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멀티태스킹 능력’, ‘친화력’과 ‘집중력’이다. 밥을 하면서 전화받고 세탁기를 돌리며 자녀를 관찰하는 등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직장에서도 유용하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하면서 대화 소재의 빈곤이나 대화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는 친화력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요즘 세상에서 큰 무기다. 일에 대한 집중력이 높은 것 또한 주 52시간 근무 환경에 적합한 요건이다.

자책하지 말고, 힘들 때마다 장점을 마음에 새기며 올라온 산을 뒤돌아보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본인의 시간을 중요한 곳에 잘 배분하는 것이 워킹맘의 성공 비결 아닐까? 가끔은 청소를 미루고 반조리 식품을 데워 먹더라도 아이와 뒹구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처럼.

하지만 남성의 장점 또한 많다. 다음 글에선 워킹대디들의 장점과 힘들고 고된 일상을 써야겠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했건만 아빠 소식은 엄마를 통해 듣고 있다는 사무적인 말만 남기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봐야 하는 워킹대디들을 응원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