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세계시장의 흐름을 제때 읽고 변화를 선도해 온 우리 기업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 삼성이…”라며 친밀감을 표하고,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줘 고맙다” “과감한 도전을 응원한다” 등 덕담도 아끼지 않았다. 공개연설에서 삼성을 열 번이나 언급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처음 호명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이 부회장과 아홉 번째 만남이지만 이런 적이 또 있었나 싶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상황이 엄혹한 시기에 대통령이 직접 기업을 찾아가 격려하고, 기업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더욱 분발을 다짐한 장면은 반길 만하다. 문 대통령이 “이제 (부진한 수출통계를) 걱정 안 해도 됩니까”라고 묻자, 삼성 임직원들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강국 초격차를 키워나가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대외악재와 ‘조국 사태’에 지친 국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뭔가 낯설고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대통령이 기업을 격려한 사례가 적지 않지만 매번 ‘그때뿐’이라는 학습효과가 형성된 탓일 것이다. 정부와 밀접한 시민단체들 일각에서 대뜸 “대통령이 (재판을 앞둔) 이 부회장과의 만남이 잦다”는 지적을 제기한 것을 봐도 그렇다.

대통령의 기업 방문과 격려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과감한 정책기조 전환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대다수 경제전문가의 지적대로, 친(親)노조와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해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위한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 기업은 적대시할 대상이 아니라 경제·민생을 위한 정부의 ‘이인삼각 경주’ 파트너다. 부디 이번에는 “역시나”라는 말이 안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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