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에 이어 한글날인 그제도 서울 광화문 일대 광장과 거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다양한 계층의 시위대 중 일부는 청와대로 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에 맞서 검찰청 앞에서는 세력을 과시하듯 ‘조국 지지’ 집회가 열렸다. 가뜩이나 진영논리가 팽배한 터에 ‘조국 사태’ 이후 온 나라가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도 외교·안보도 정상 궤도를 벗어나면서 “복합 위기가 온다”는 경고가 나온 지 한참 됐다. 장기 저성장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북한 핵폐기 문제가 길을 잃은 데다, 일본의 수출규제 또한 100일째를 맞지만 한·일 관계는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인다.

국론을 하나로 모아도 대응이 쉽지 않을 위기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분열과 대립의 길로 가며 자해하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심해진 분열·대립의 1차 책임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심을 수용하기는커녕, “우리 결정에 따르라”고 고집하고 있다. 검찰 개혁인지 사법 개혁인지 지금 왜 필요하며, 그 주체가 왜 조국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책임 있는 당국자의 진지한 대국민 설명도 없었다. 청와대는 “국론 분열이 아니다”며 상황인식을 의심하게 하는 입장까지 발표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통령이 이 상황을 풀어야 한다. 거리정치를 지양하고 대의민주주의를 정상화하는 출발점은 조국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다. ‘조국 사퇴’ 여론이 일관되게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조속히 검찰이 수사 결과를 가감 없이 발표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어떤 간섭도 배제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거리로 나선 야당도 정기국회에 정상적으로 임할 것이다. 그런 타협이 정치 아닌가. 내년 예산안 심의, 규제완화 법안 처리 등 국회가 할 일이 많다. 자해적 분열이 계속되면 국가신인도에도 좋을 게 없다. 정부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 위기를 부를까 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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