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달부터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올렸다. 글로벌 및 일본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와중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 과거 일본에서 소비세율 인상은 예외없이 정권 붕괴로 이어졌다. 2014년 5%였던 소비세율을 8%로 인상한 뒤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에서 0%대로 떨어졌다.

이런 정치적 부담과 소비 위축 우려에도 증세를 단행한 이유는 간단하다. 나랏빚이 너무 많아서다. 일본 국가부채 비율은 GDP의 230%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비용은 늘어나는데 마냥 빚을 늘려 충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지금처럼 크게 늘어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1980년대 장기불황 초기에 재정정책을 남발한 것도 중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당시 일본 정부는 성장 잠재력 약화, 생산성 저하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불황의 원인을 일시적인 ‘경기 요인’으로 해석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확대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성장엔진이 고장난 상태에서 재정확대 정책은 일시적 효과에 그쳤고, 정부 빚은 늘어만 갔다.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저출산, 고령화,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등 한국이 직면한 문제들은 장기불황 초기 일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 악화의 원인을 내부 문제보다는 무역 갈등과 세계 경제 하강 등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것도 비슷하다. 심지어 재정을 풀면 경기가 살아난다고 믿는 정부 여당의 태도 또한 당시 일본 정부와 닮았다.

지금 우리 경제에 시급한 것은 노동개혁과 구조조정,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 혁신 등으로 성장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일이다. 재정을 풀어 단기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를 남발하는 것은 효과가 없고 나랏빚만 늘릴 뿐이다.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일본식 장기불황이 우려되는 요즘, 실패했던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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