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침체 우려된다는 세계 경제
2017~2018년 호실적이
정상상황으로 돌아가는 중

수출 감소·투자 부진 한국 경제
성장잠재력 훼손이 문제
투자도 혁신도 기업에 맡겨야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
[시론] '대침체'는 다시 오는가

일반적으로 ‘경제 대침체(The Great Recession)’란 2007년 말 미국 부동산 대출시장 위기로부터 촉발돼 2010년대 초까지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경기침체를 말한다. 미국은 2007년 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지속됐고, 세계적으로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를 ‘대침체기’로 보는 데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기간을 대공황에 이어 두 번째로 실물 및 금융경제에 큰 타격을 준 시기로 판단했다.

2007년 경제 대침체의 발단은 금융기관, 특히 증권회사나 부동산전문 대출기관 같은 비은행금융기관의 과도한 대출과 부동산시장 거품이었다.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느슨했던 것이 대침체 촉발의 원인이라고 판단한 정책 당국은 자산건전성을 보장하는 강력한 규율을 내용으로 하는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하는 동시에 거의 무제한적인 신용공급, 즉 양적완화를 통해 신속하게 금융공황과 경제 대침체를 성공적으로 수습했다. 2007년 2분기 아일랜드로부터 시작된 유럽의 경제 대침체도 2010년, 늦어도 2012년에 회복됐다.

2007년 시작된 대침체 때에는 실질성장률과 고용, 교역 규모 및 가격이 동시에 위축됐는데 2019년 들어 다시 글로벌 대침체의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의 실질성장률과 교역증가율이 뚜렷이 둔화되고 있으며 세계 교역과 상품 가격도 눈에 띄게 가라앉고 있다.

먼저 세계성장률은 2018년 3.6%에서 2019년 3.3%로 떨어질 것으로 IMF는 예측하고 있다. 세계 수출증가율도 2018년 11.5%에서 2019년 상반기 -2.1%로 크게 추락했다. 상품가격의 경우 원유가격(WTI)은 2018년 4분기 24.8%, 2019년 1분기 7.4%, 그리고 2019년 2분기 21.1% 급락했으며 구리, 알루미늄 가격은 2018년 3분기부터 연속 네 분기 떨어지고 있다.

미국과 세계 경제성장률이 소폭 떨어지는 가운데 상품가격도 하락하고 국제교역량이 감소한다고 해서 대침체가 왔다거나 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세계성장률의 경우 2019년의 3.3%는 2014년의 3.4%나 2015년의 3.2%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국제교역(수출)도 2015년, 2016년에는 훨씬 가파르게 감소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은 2017년과 2018년의 비교적 좋았던 실적이 그 이전의 정상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지적한 네 가지 치킨 요소, 즉 미국과 중국의 교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과 이란의 갈등, 그리고 아르헨티나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면 대침체가 올지도 모른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갈등이 정치군사적 대결로 비화하거나 미국과 이란의 분쟁이 준전시 상황으로 발전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대선을 코앞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무리한 도박을 감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미·중 분쟁과 미국과 이란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도 크다. 브렉시트의 경우 이미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 리스크가 시장에 다 반영됐다고 보이므로 그에 따른 추가적인 교란은 없을 전망이다. 아르헨티나의 좌파정부 집권과 이후 갈등 문제는 터키의 갈등 문제보다도 영향력이 클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세계 대침체의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첫째, 세계교역 둔화에 따라 10개월째 이어지는 수출 감소가 지속되면 향후 성장률과 고용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둘째, 6분기째 이어지는 설비 및 건설 투자 부진은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현저히 갉아먹고 있다. 셋째, 과도한 비소비지출 부담의 증가로 가처분소득 증가세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를 눈에 띄게 떨어뜨리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카드도 마땅치 않다. 금리를 더 낮출 여력이 별로 없고 확장재정정책 여력도 국가부채를 고려하면 제한적이다. 경제회생의 카드는 민간부문, 특히 기업부문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투자도 혁신도 미래 먹거리도 원래 모두 기업의 몫이다. 기업은 묶어두고 모든 걸 정부가 다 하겠다고 나서니 문제가 더 꼬인 것이다. 결자(結者)가 해지(解之)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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