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커지면서 ‘빚더미 국가’에 본격 들어서고 있다. 불황으로 세수(稅收)는 줄어드는데 복지확대와 경기부양을 내세운 지출은 급증해 나라살림이 역대 최악 상황이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10월호’를 보면 올 1~8월 통합재정수지는 22조3000억원 적자다. 이 통계를 낸 이래 최대 규모다. 올 들어 46조원 이상 늘어난 국가채무는 697조9000억원으로, 연말이면 7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한마디로 빚으로 나라살림을 유지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적자 재정은 내년 이후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연 1~2%대의 저성장이 현실화되면 세수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예산 지출의 고삐를 죌 기미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건전성 문제는 언급도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추경예산 편성이 연례행사처럼 됐고, 내년 예산도 9.3%나 증가한 513조5000억원의 초(超)슈퍼예산으로 편성돼 국회에 가 있다.

장기 저성장에 따른 세수감소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8월 법인세수가 5년 만에 줄어든 게 시사하는 바 크다. 법인세 중간예납분이 전년 동기 대비 6000억원 줄었다는 것은 올해 전체 법인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고다. 기업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의미여서 소득세 등 관련 세수도 줄어들 것이다. 기업 정책 등에서 일대 변화가 없으면 올해의 어려움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꼭 필요한 불경기 대응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복지예산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번 도입하면 끊임없이 자가증식하는 복지프로그램의 속성상 예사 결단이 아니고서는 어렵다. 현금살포도 적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들까지 퍼주기 경쟁에 가세한 판이어서 손봐야 할 복지정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소 온갖 간섭 다 하는 시민단체들도 악화되는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국회라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과도한 복지프로그램은 확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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