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제주여행지도 이야기
고향인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40여 년 직장생활을 했다. 수구초심이랄까. 바쁜 일정을 쪼개 부모님을 찾아뵙고 지인들의 경조사와 모교 체육대회 같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에 자주 내려갔다. 여유가 있을 땐 새로 뜨는 ‘핫 플레이스’를 찾곤 했다. 큰비가 올 때만 볼 수 있는 ‘엉또폭포’ 같은 명소도 찾아가고 맛집을 들러 가게명과 위치, 특이사항을 기록하고 사진도 찍어뒀다.

고향을 수시로 찾다 보니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 구석구석 더 잘 아는 ‘현지인’이 됐다. 다녀본 많은 곳 중 추천할 만한 곳을 추려내 3박4일 코스의 여행지도를 만들었다. 꾸준히 갱신하다 보니 자연스레 머릿속에 남게 돼 전화상으로도 볼거리, 즐길 거리를 가르쳐줄 정도가 됐다. 처음에는 손으로 지도를 그려주다가 요청이 많아지면서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이메일로 보내주고 있다. 제주를 다녀온 지인들이 ‘제주관광 가이드’란 별명 하나를 더 붙여줬다.

자료를 모으고 기록하는 습관은 신입사원 때부터 시작됐다. 매일 신문을 스크랩하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좋은 내용은 메모한다. 방문한 곳의 생생한 정보를 기록하며, 주말에는 1주일간 쌓인 각종 정보를 정리하는 일을 수년간 하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됐다. 이런 자료들로 만든 ‘정보곳간’이 서재를 장식하고 있다.

정보는 활용과 갱신이 생명이다. 제 아무리 많은 정보를 갖고 있더라도 활용을 못하면 쓰레기나 다를 바 없다. 또 새로운 정보로 교체하거나 추가하지 않은 정보는 가치가 없다. 정보는 가치변환성이 있어서 결합이 됐을 때 시너지를 낸다. 필자가 만든 ‘제주여행지도’도 자료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사진까지 결합했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정보로서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정보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 얻은 살아있는 정보가 구슬이고, 결합하고 연결한 갱신정보는 보배다. 빌 게이츠는 “움직인 만큼 귀중한 정보가 들어오고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배사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다.

제주에는 유명 관광지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가볼 만한 곳이 많다. 같은 장소라 할지라도 방문하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은 다를 수 있다. 요즘도 제주의 내면적 가치를 ‘제주여행지도’에 충실히 담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수시로 다듬고 고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