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금융상품 무엇이 문제인가

상품 파는 직원조차 60~70%가 자세한 구조 잘 몰라
주가 급락하면 ELS ETN도 비슷한 문제 생길 수 있어
상품 인가해준 뒤 '나 몰라라' 금융당국부터 바뀌어야

김선태 논설위원
[뉴스의 맥] DLS 파문, 뒷북치기식 규제·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파생연계 상품 투자손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8000억원 가까이 팔린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이 줄줄이 손실 구간에 들어가면서 원금의 90%까지 날리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DLS 또는 DLS가 편입된 펀드인 DLF의 대부분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조사에 들어갔고, 정부는 물론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번 DLS 사태의 발단은 독일 국채금리를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가 올 들어 급락한 데서 시작됐다.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하락세를 보이며 2016년 한때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이후 소폭 반등해 2017~2018년에는 0.2~0.7%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그러던 것이 올 들어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급격히 하락해 5월부터 마이너스권으로 내려앉더니 이달 초에는 사상 최저인 -0.74%까지 곤두박질쳤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또는 -0.25%) 이상을 유지하면 연 4~5%의 수익이 나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금리가 -0.7% 아래로 내려가면 거의 전액을 잃게 돼 있다. 현재 이 금리는 -0.5%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0.7% 근처까지 떨어졌을 때 환매한 사람들은 최대 90%까지 손실을 봤다.

지난 19일 만기가 된 DLS의 평균 손실률은 60%, 25일 만기물의 손실률은 45% 안팎이다. 투자자들은 “안전하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고 해서 투자했다”며 은행 측에 거세게 항의하는 것은 물론 금융당국에 분쟁조정을 신청함과 동시에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스의 맥] DLS 파문, 뒷북치기식 규제·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저금리로 파생상품 수요 늘어

파생연계 상품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2016년 주가연계증권(ELS), 멀게는 2008년 키코(KIKO) 사태가 그랬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기초자산(주가, 금리, 환율 등)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그 범위를 넘어서 크게 떨어지거나 오르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심하면 원금을 다 날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성격을 띠는 이유는 이들 상품이 파생상품인 ‘옵션 매도’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은 만기까지 코스피지수가 상하 5% 이내에서 움직이면 연 4~5%의 수익을 낼 수 있게 설계됐다. 지난해 증시가 크게 출렁이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냈고 그 결과 상품 개발자가 수십억원의 인센티브까지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상품 자체가 훌륭했다기보다 시장 급등락이 없었던 것이 수익의 가장 큰 비결이다. 지난 8월 초 주가 급락 시 상당수 양매도 ETN이 손실을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

ELS 구조 역시 비슷하다. 8월 코스피지수가 급락할 때 다수의 ELS가 손실 구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ELS는 올 들어 월평균 7조4027억원 발행돼 판매금액이 DLS(월평균 2조4755억원)의 세 배가량이나 된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1900포인트 언저리로 떨어지면 ELS라는 뇌관 역시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

이런 금융상품들은 왜 자꾸 나오며, 심심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불완전판매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저금리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작 연 1~2%인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소비자도, 금융회사도 만족하기 어렵다. 수익에서 예대마진 및 거래 수수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려는 금융회사들의 움직임과 금융공학의 발달도 이런 상품의 개발과 판매를 부추긴다.

불완전판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

문제는 불완전판매다. DLS만 해도 독일이 망하는 것과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은 전혀 별개인데도 은행 PB(프라이빗뱅커) 중 일부는 “독일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다. 독일이 망하겠느냐”는 식으로 안전성을 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례가 다양하긴 하지만 고객이 상품을 정확히 모른 채 가입한 경우가 상당히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품을 판매하는 PB들조차 DLS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권 한 인사가 “PB나 창구 직원의 60~70%가 상품 구조도 제대로 모르고 팔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도 생소한데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F의 기초자산은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5년물 금리 또는 영국 CMS 7년물 금리였다. 금융회사 직원이라도 이런 금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문제가 된 독일 금리 연계형 DLF 판매설명서(3월 작성, 만기 6개월)를 보면 ‘2000년 이후 독일 국채 10년물의 최저금리는 -0.186%로 펀드의 손실 기준(-0.2%)보다 낮았던 적이 없음’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테스트 결과 원금 손실 확률이 0%’라는 글도 있다. 파생상품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테일 리스크(tail risk)’를 무시하고 단지 과거 데이터만을 인용해 안전성을 과장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잘 모르는 상품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된 것이다.

그럼 무조건 규제하고 막는 것이 능사일까. 비슷한 일이 터질 때마다 규제를 강화하면 가뜩이나 투자 상품이 부족한 마당에 고객들의 선택 폭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은행의 고위험 금융투자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대책이라 볼 수 없다. 해결책을 찾기보다 무조건 막고 보는 것은 무책임할뿐더러 금융시장 선진화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탓만 할 게 아니라 상품 인가를 해주면 ‘나 몰라라’하는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금융회사에 대한 창구 지도를 좀 더 강화해 사전에 불완전판매를 최소화할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미스터리 쇼핑’ 등을 정례화해 지침 또는 규정을 위반해 불완전판매를 한 금융회사에 사전 감독과 단속,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고객의 금융지식 수준에 맞는 상품을 권하는 시스템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수익은 반드시 고위험 동반

물론 금융회사 책임이 가장 크다. PB와 창구 직원들의 전문성과 윤리의식이 지금 정도 수준이라면 같은 일이 언제 또 반복될지 모른다. 이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내부 감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창구 직원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순환보직을 제한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금융소비자의 인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고수익은 반드시 고위험을 동반한다는 것은 진리다. 이를 벗어난 상품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품 가입 시 약관을 꼼꼼하게 읽고 의문점은 반드시 물어보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는 점도 되새겨야 한다.

이번 일은 금융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과도 같은 것이다. 불완전판매는 근절돼야 하지만, 섣부른 규제 남발 역시 곤란하다.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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