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9·13 대책 1년…불안한 '집값 안정'
정부가 지난해 집값 안정을 위한 ‘최강 무기’로 선보인 ‘9·13 부동산 대책’이 시행 1년을 맞았다. 고강도 규제 종합세트였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의 ‘끝판왕’으로 불렸다. 급등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은 이후 단번에 하락세로 반전됐다. 탁월한 진정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서울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어 ‘9·13 대책 약발 소진’ 얘기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곧바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단기적 집값 안정엔 기여

9·13 대책은 주택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3기 신도시 발표 등 세금·금융·주택 신규 공급을 패키지로 묶었다. 주택시장 투자 수요를 줄이면서 신규 주택은 늘리는 게 핵심이었다. 약발도 즉각 나타났다. 상승 기조의 서울 집값이 32주 연속 하락세로 돌아섰다. 거래량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실거래 건수는 4만2564건으로 직전 1년간 공개 건수 9만7414건보다 56%나 줄었다. 반면 9·13 대책 이후 1년간 거래된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평균 7억5814만원을 기록했다. 대책 이전 1년 평균 실거래가 6억6603만원보다 13.8% 올랐다. 서울 고가 아파트 지역의 신축·일반 아파트값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인 탓이다. 이 때문에 집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부터 서울지역 아파트값 하락세가 멈춰서면서 상승세로 바뀌었다. 국토부는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카드를 꺼내 오름세 차단에 나섰다. 다음달 시행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분양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대책이어서 파장이 크다. 분양시장에서는 이른바 ‘시행 직전 혼란 양상’도 감지되고 있다. 제도 시행 이전에 청약을 받겠다는 사람이 몰리면서 지난달 서울에서 분양한 한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204 대 1에 달했다.

주택시장은 9·13 대책 시행 이후 큰 틀에서 하향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당분간 집값 안정 강박에서 좀 벗어나도 될 것 같다. 미세한 국지적 집값 움직임에 예민하게 대응해 고강도 규제를 내놓지 않아도 된다. 모든 지역 집값이 일정 수준으로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지역별 특성과 문화, 주거품질 등에 따라 집값은 다양해져야 한다. 그래야 도시별 경쟁력도 생긴다. 앞으로 정부는 집값 규제를 반복하기보다는 공정한 부동산 세제를 구축해 거래·투자·공급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가야 한다. 선진화된 부동산시장 안정화의 지름길이다.

집값 다양성 인정해야

지속되는 집값 규제로 단기간 안정 효과는 얻겠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불황이 깊어지면 정부는 또 허겁지겁 규제 완화와 활성화 대책을 쏟아낸다. 부동산 정책 패턴은 늘 이렇게 반복됐다. 정권과 시장상황에 따라 규제가 남발되고, 다음에는 ‘폭풍 규제 완화’가 이어진다. 이로 인해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 일관성, 진정성은 크게 추락했다.

이 같은 후진적 관행을 개선하려면 소비자, 공급자, 언론, 전문가 등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집값 등락에 대한 무리한 해석과 일반화 등의 반복으로 오히려 주택시장 불안을 조장해온 측면도 있다. 이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이어지고, 피해는 결국 모든 수요자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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