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박성완의 이슈프리즘] '투자의 정석' 일깨운 DLS 사태

사람들은 살면서 이런저런 보험에 든다. 보험은 일정한 보험료를 내다가 ‘사고’가 나면 약정한 조건에 따라 목돈을 받는다. 반대로 보험회사는 사고가 터졌을 때 계약자에게 한꺼번에 큰돈을 지급하는 리스크를 진다.

요즘 90% 넘는 손실이 나서 문제가 된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는 투자자들이 일종의 ‘보험사’가 되는 구조의 금융상품이다. 확률이 낮은 어떤 사고(예를 들어 만기일에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0.2% 미만으로 하락)가 발생하지 않으면 4~5%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고가 터지면 최악의 경우 투자금을 모두 내줘야 한다.

4% 수익 vs 100% 손실 가능성

투자상품의 예상치 못한 큰 손실과 이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돼왔다. 1999년 대우 사태로 인한 수익증권 환매 연기, 2008년 환율 파생상품인 키코(KIKO) 사태, 2013년 동양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사태 등.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투자자들은 좀 더 높은 수익을 보고 투자했고, 설마했던 일이 터진 점은 비슷하다. 예외없이 금융사들의 불완전 판매 문제가 불거졌고, 소송이 이어졌다.

변화도 있었다. 금융소비자들은 예·적금 아닌 투자상품은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 펀드가 반토막 나도 속앓이를 할 뿐 “내 돈 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진 않는다. 금융사들도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깨알 같은 투자 약관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DLS 사태에서 드러났듯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한다. 실적을 위해 고위험 상품이라도 일단 팔고 보는 금융사들의 영업 행태와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겠지’ 하는 투자 판단 등이다.

문제의 해외금리 연계 DLS·DLF는 절반가량이 65세 이상 고령층에 판매됐다. 은행에서 판매하니 대부분 ‘정기예금보다 이자를 좀 더 주는 안전한 금융상품’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손실 위험을 알았더라도 “지금까지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인 적이 없었다”는 설명에 안심했을 가능성이 크다. 불완전 판매 논란과는 별개로 DLS·DLF를 집중 판매한 은행들은 신뢰에 흠집이 생겼다. 실적 압박 때문이든, 실력 부족 때문이든 글로벌 경기 불황 우려로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금리가 하향세로 돌아선 시점에 금리가 급락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최악에도 견딜 수 있는 투자를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하는 은행들에 원금보장형 상품만 팔라고 하긴 어렵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금융상품의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고 고객 성향에 맞춰 은행 이익보다 고객 수익을 앞에 두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다. 평가와 보상체계가 그에 맞춰져야 한다.

이번 사태는 ‘분산투자가 진리’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손실 규모가 같아도 가진 돈의 일부만 넣은 자산가라면 퇴직금을 전부 털어넣은 은퇴자보다 상대적으로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클 것이다. DLS와 비슷한 구조의 주가연계증권(ELS)까지 합치면 국내 파생금융상품 투자잔액은 114조원에 달한다. 아직은 괜찮지만 ELS는 홍콩H지수가 기초자산에 포함된 상품이 많아 홍콩 사태 전개에 따라 손실이 커질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의 말처럼 “매일 전 세계에 아무 일 없길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누구의 잘못이든 투자상품에 손실이 나면 고통은 온전히 투자자 몫이다. ‘도박’하지 말고, 최악의 상황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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