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여성 인력의 재발견
LG CNS의 퇴직 여사원들이 다음주부터 정보기술(IT) 강사로 사회에 복귀한다. 1차 대상자는 퇴직 4~5년차로 육아 부담이 적은 ‘경력보유여성’ 16명이다. 이들은 인공지능·빅데이터 분야의 재교육을 거쳐 10개 중학교 학생 1300여 명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친다. LG CNS의 퇴직 여성 사회진출 지원은 국내 IT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다른 분야에서는 퇴직 여성의 경제활동 복귀 프로그램이 더러 있었다. 효성은 경력단절·중장년·취약계층 여성의 취업을 돕기 위해 서울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 등을 후원하고 있다. 삼성카드도 서울 동부여성발전센터 등과 함께 재취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 또한 여성 재취업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력단절 여성이 지난해 기준 184만 명에 이른다. 사유는 결혼(34%), 육아(33%), 임신·출산(24%) 순이다. 이들이 재취업을 해도 대부분 도·소매업, 보건업 등 전통 산업 분야에 머물렀다. 이공계 여학생이 드문 현상을 빗댄 신조어 ‘공대 아름이’처럼 기술 분야의 여성 인력 비율은 아직 낮다.

일본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올 2월 기준 71%나 된다. 아베 신조 총리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확대하는 ‘위미노믹스(womenomics) 정책’을 펴면서 여성 재취업이 늘고 있다. 파트타임 등 근무 형태도 다양하다. 도요타자동차는 재택근무제로 여성 고용을 늘리고 있다.

한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52.9%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개방·융합·연결성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성 인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뿐만 아니라 소비자 감성까지 충족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업·기술 현장에 여성 인력이 늘어나는 이른바 ‘위트(WIT: Women In Tech)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경력이 일시 중단된 여성들은 고학력자일수록 단순 노무직보다 직업훈련을 통한 유망 직종을 원한다. 기업들은 여성의 재취업과 관련해 ‘세제 혜택’과 ‘시간선택제·유연근무제 확대’ 등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간격을 메우는 게 정부 역할이다. 경력의 ‘단절’이라는 부정어 대신 ‘보유’라는 긍정어를 쓰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LG CNS가 ‘경력보유여성’을 프로그램명에 사용한 게 눈길을 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