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경기침체(R·recession)의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14일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며 다우지수를 3%나 끌어내리더니, 대서양 건너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까지 국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로 접어든 독일과 프랑스의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나마 양호했던 영국도 급제동이 걸려 국채 30년물이 처음으로 연 1% 밑으로 떨어졌다. 선진국 국채 금리의 동반 하락(채권값 상승)은 세계경제의 본격 침체 신호로 해석된다.

국내 채권시장도 더 나빠질 것이란 신호만 가득하다. 국고채 3년물부터 50년물까지 모든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50%)를 밑돈 게 벌써 3개월째다. 급기야 16일에는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 격차가 0.077%포인트까지 좁혀져, 11년 만에 장·단기 금리역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빠르게 떨어진다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지금보다 앞으로의 경기를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징표다. 수출 생산 투자 소비 등 어디서도 긍정적인 경제 지표를 찾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조차 매달 내놓는 경기진단 보고서(그린북)에 ‘경기부진’이란 표현을 역대 최장인 5개월 연속 쓰고 있다. 이럴 때 돈은 숨을 곳을 찾아 국채, 금, 달러화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게 마련이다.

그동안 국내 경기부진에도 세계경제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이제는 안팎으로 짙은 먹구름뿐이어서 얼마나 더 추락할지 가늠조차 힘들다. 실물이 금융을 위축시키고, 금융이 다시 실물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반(反)기업·반시장 정책을 과감히 버리고, 기업활력을 저해하는 규제와 비효율을 혁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