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금리 인하' 과연 잘한 걸까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Fed 내부에서 이미 금리 인하 신호를 활발하게 내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는 충격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Fed가 불과 반년 전 금리를 인상한 것을 감안하면 이런 정책 변화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주가도 기록적인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Fed는 세계 성장 둔화와 무역마찰이 미국 기업의 설비투자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경제의 다른 영역에도 그 영향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는 모양이다. Fed가 발표한 성명서에선 금리 인하를 결정한 요인으로 소극적인 인플레 압력을 들었다. 인플레이션율이 Fed의 목표인 2% 아래 계속 머물수록 소비자들은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파묻힐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영향력있는 Fed 당국자는 이미 금리가 충분히 낮은 상황에서 경기 침체 시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줄어들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최근 “1온스의 예방약은 1파운드의 치료 가치가 있다”고 비유했을 정도다.

관세 인상이 설비투자 줄여

Fed가 제시한 세 가지 근거는 모두 옳을 수도 있다. 예컨대 향후 수개월간 경제지표가 나빠지면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처럼 비치고 선제적으로 행동한 것이 현명했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Fed의 상황 판단이 틀릴 가능성도 있으며 그 때문에 예기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지 모른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무역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우려를 들어보자. UBS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나타난 설비투자 및 생산활동 감소의 주된 이유는 지난해 관세 인상이었고, 그런 영향은 사라지고 있다. 반면 Fed는 관세가 경기 침체에 미치는 영향이 되레 적으며 오히려 (정책) 신뢰감의 동요가 침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중시하고 있다는 게 UBS의 판단이다.

또한 낮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수치가 쉽게 반등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Fed가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침체는 일종의 신호이기보다 노이즈(잡음)였음을 나중에 알 수 있을 것이다. Fed가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가격지수(식품·에너지 제외)는 1분기 0.5% 상승에 그쳤지만 2분기에는 2.5% 상승했다.

추가 인하는 더욱 신중해야

물론 저금리일 때 위험 회피책으로 선제적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이 실제로 존재할 때만 가능한 얘기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이 실행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선제적 행동을 하더라도 실제 경기 침체의 리스크가 작아지는 건 아니다. 잘못된 경보를 받은 정책 담당자가 적극적으로 완화한 결과 나중에 다른 수단을 쓸 수 없게 될지 모른다. 또 이런 법칙을 따르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거나 자산 가격이 과대해질 수 있다. 그 자체가 경제의 리스크다.

Fed의 완화 지속 여부에 대해 파월 의장이 신중한 자세를 시사하면서 주가는 하락했다. 추가 금리 인하에 수반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그런 신중함은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저스틴 라하트 칼럼니스트가 ‘What if the Fed Was Wrong?’이라는 제목으로 쓴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