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과 목적은 국내 산업 보호
법인세 같은 내국세와 차이 많아
국세로 취급할 경우 문제만 초래"

정재완 <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 >
[분석과 전망] 관세를 국세로 다룬다고 실익 있나

지난달 26일 ‘2019 세법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15개 세법개정안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이 있다. 국세기본법 개정법률안에 포함된 ‘국세의 범위에 관세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독자성이 존중되던 관세법을 국세기본법이 적용되는 ‘세법’의 하나로 흡수하고, 관세도 국세 중 하나라고 명시한 개정이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조세로서 관세를 법인세나 소득세, 부가가치세 같은 내국세와 같은 범주에서 다루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사실 관세도 과세요건이 충족되면 국가권력에 의지해 일방적으로 징수한다는 점에서는 내국세와 차이가 없다. 징수된 세금이 국고에 들어간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부과징수 절차나 미납 시 조치, 납세자의 권리구제방법 등이 비슷하고, 조세법률주의나 신의성실의 원칙, 실질과세의 원칙 등 과세에 적용되는 주요 원칙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관세와 내국세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많다. 그중 하나만 보자. 내국세 부과징수의 가장 우선적인 목적은 재정수입 확보다.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내국세 과세에선 헌법에 기반해 조세공평주의가 중시된다. 조세공평주의는 같은 상황에 있는 것은 같게, 다른 상황에 있는 것은 다르게 취급해야 할 것을 요구하는 수평적 공평과, 납세부담을 담세력에 맞게 적정하게 배분할 것을 요구하는 수직적 공평으로 구성된다.

반면, 관세 부과징수의 가장 우선적인 목적은 국내 산업 보호와 국제경쟁력 확보다. 물론 관세를 부과해도 재정수입이 발생한다.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처럼 재정수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관세는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우선 고려된다. 8000여 개에 이르는 품목에 설정된 기본관세율의 구조 자체도 그렇고, 기본관세율을 조정해 부과하는 긴급관세나 조정관세, 덤핑방지관세, 상계관세, 국제협력관세 등 탄력관세들은 거의 전적으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먼저 고려된다.

관세에서도 수평적 공평은 요구되나 수직적 공평은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농림축산물에 대한 양허관세나 특별긴급관세다. 이들 관세율을 정할 때 납세자의 담세력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관세부과로 수입이 사실상 금지될 수도 있다. 관세의 이런 특성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금액의 조세를 포탈하더라도 내국세보다 관세 처벌이 훨씬 엄하다. 최근 수년간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서 양국이 주로 활용하는 정책도구는 관세다. 이는 관세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운용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관세는 존재가치가 내국세와 크게 다른 것이다.

더구나 관세법에는 ‘관세의 부과·징수’외에 ‘수출입 물품의 통관 적정’이라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수출입물품의 통관은 관세의 부과·징수와 무관한 국경관리를 의미한다. 관세법을 집행하는 관세행정에서는 수입물품에 부과되는 관세와 내국세의 부과징수 못지않게 비중을 둬야 하는 것이 수출입물품에 대한 적정한 국경관리다. 국가안보,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호와 같은 수많은 정책목표가 담긴 70여 개에 이르는 각종 법률과 국제조약 등이 통관과정에서 실현되기 때문이다.

이번 국세기본법 개정안은 앞으로 관세를 내국세와 같은 범주에서 다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세가 국세 중의 하나라면 관세법을 집행하는 관세행정도 국세행정의 일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관세라는 조세의 특성, 관세법의 입법취지와 목적, 관세행정이 달성해야 하는 특수한 과제, 국제규범과 외국의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접근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개정안대로 국세기본법이 개정될 경우 실익은 별로 없는 반면 숱한 문제가 발생하고 혼란만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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