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 언제까지 일할 것인가
일자리 얘기를 꺼내자니 한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일 관계가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고, 경제 위기 가능성을 논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나 경제 주체로서 개인의 일과 돈벌이만큼 중요하고 또 솔직한 주제는 없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일자리는 대부분 정해져 있었다. 성공이란 남들이 개척해놓은 시장에서 싸워 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퇴직하고 몇년 뒤 사망하던 과거와 달리 은퇴하고도 30~40년을 더 살게 된 환경은 일자리 개념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은 없는 새로운 일자리를 스스로 개척해야 할지 모른다.

교육-직업-퇴직, 다음 단계는?

일자리는 사실 만들어내기도 어렵거니와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국내 도입이 막힌 ‘우버’나 새로운 규제에 결정타를 입은 ‘타다’의 사례에서 보듯 기존 질서를 흔드는 새 일자리의 탄생을 기득권은 결사적으로 막는다. 거기다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일자리를 오히려 날려버린다. 시간강사를 보호해주겠다는 강사법은 수많은 박사 실직자를 양산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감시·단속근로자에게까지 법을 적용하자 아파트 수위들이 줄줄이 쫓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만의 일자리를 개척한다는 것은 황당한 꿈일지 모른다. 기존 시장만 보는 시각이면 그렇지만, 블루오션전략은 업종의 경계와 현재를 넘어서는 유연한 사고, 신선한 눈을 제공한다.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수요의 촉발을 예고해왔다.

“20세기까지 인생은 3단계였다. 교육을 받고, 직업 활동을 하고, 결국 퇴직한다. (중략) 그런데 20세기에는 ‘틴에이저’와 ‘퇴직자’라는 두 단계가 새로 등장했다.” (린다 그래튼 등 <100세 인생> 중에서)

이미 우리 주위에는 ‘퇴직자’로서 오랫동안 힘겹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이 넘친다. 남의 일이 아니다. <100세 인생>에 따르면 지금 60세인 사람이 90세 이상 살 가능성은 50%나 된다.

막막해하지 말라. 이미 시장에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중장년 이상을 상대로 한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회사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고, 주 10~20시간 정도는 확실히 일해줄 베테랑들을 환영한다. 특히 기대급여가 높지 않고 조합활동에 관심이 적으면 더 좋아한다. 단 일할 의지가 있고 젊은 상사를 모실 각오가 돼야 하며 새로 배울 자세가 돼 있어야 가능하다.

스스로 자기 일을 찾든, 새로 나타나는 일자리에 적응하든 일을 계속할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방법은 많다. 유튜브에서 충분히 대박을 칠 만한 콘텐츠가 있지만 ‘외모’가 자신없다면 오디오 방송을 하면 된다. 장소가 문제라면 오피스가 아니라 자주 들르는 동네 커피숍을 ‘커피스’로 활용하면 된다.

100세시대, 나만의 블루오션을

30년 넘게 일했는데 또 무슨 일자리 얘기냐는 분들에게는 강석규 호서대 설립자가 95세 때 쓴 편지 한 대목을 읽어드리고 싶다.

“65세에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그는 이후 2015년 103세로 작고하기 전까지 외국어 공부에 다시 도전했다.

주된 직장에 다닐 때 못 해본 전혀 새로운 직업이든, 돈 버느라 꿈만 꿔온 창작 작업이든, 꼭 해보려고 남겨둔 해외 봉사활동이든, 60세 이후의 일자리는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경제 위기도, 불황도 각 경제주체가 일과 돈벌이를 찾으면 헤쳐나갈 수 있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