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직접 지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공개적으로 겁박했다. 한·미 연합훈련과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문제 삼으며 “남조선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면서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위협했다. 경고를 무시하지 말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김정은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 도발을 보란듯이 지휘하고 문 대통령을 위협했는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 분명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하고도 고작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냈다.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에 탄도미사일 금지 규정은 없다”고 했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는커녕 파장 축소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대화를 이어가려는 정부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북한의 막가파식 행동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굴종적 자세를 보여서는 북한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의 비위나 맞춰서는 “남북 관계에서 김정은이 갑(甲)의 위치에 있다”는 사실만 국제사회에 공인시켜줄 뿐 남북 관계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대남 협박은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 약속이 얼마나 거짓인지를 확인시켜 준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을 의식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고 ‘동맹’이란 명칭까지 빼려 하고 있다. 막연한 기대감과 환상에서 벗어나 북한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북한 비핵화는 고사하고 한반도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처할 수 있다.